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한국교회의 목사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싶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머리털 하나까지도 헤아리시는 하나님께서 이 나라 대통령 선거에 우리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을 것이다. 최소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의 은혜로 새 대통령이 선출됐음을 믿는다.
필자는 이번 대선을 통해 한국정치의 긍정적 측면을 봤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암 덩어리였던 지역주의가 현저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걱정은 새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보다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념 세대 계층 지역 간 찢겨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이 새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회로 가서 각 당 대표들을 만나 소통하고 탕평인사를 단행했다. 국민통합을 위해 참 좋은 행보다. 그에 못지않게 문 대통령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도 계속해서 대화와 포용과 협치의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더 그렇다. 한국교회 안에도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있었다. 일부 교계 인사들은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 후보의 공약이 한국교회 공익 코드와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했다. 한국교회를 향한 그분들의 용기와 의협심을 존중하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민감한 시기에 자칫 교인과 국민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각 후보 캠프의 대표자들을 초청해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이슬람, 종교인 과세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했다. 그때만 해도 문 대통령의 입장은 일부 모호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캠프 대표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현장에서 문 대통령과 직접 통화까지 하며 확실한 입장을 정리해줬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TV토론에서도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교회도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자체를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 있는 성적 지향이나 종교 차별에 대한 독소조항이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할 뿐이다. 독소조항만 뺀다면 한국교회가 왜 반대를 하겠는가. 나는 문 대통령께서 후보 때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한국교회는 그런 믿음을 갖고 새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도와야 한다. 특정 후보를 지지 했던 일부 인사들 역시 선거결과를 인정하고 승복해야 한다. 계속 대결구도로 가선 안 된다.
성경에서도 교회는 국가와 통치자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했다.(딤전 2:1∼3) 백성들이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살게 하고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다.(딤전 2:2, 2:4) 종교개혁자 칼뱅도 “국가와 통치자가 교회를 박해하거나 하나님을 대적하는 게 아니라면 그 권위를 인정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통치 행위에 협력해야 한다. 국가와 통치자는 교회를 보호하고 신앙생활을 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하나님과 교회를 적대시하는 정치를 한다면 그때 견제하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이 양치기 목자의 가슴과 아량을 갖고 새 대통령이 선한 통치자가 되도록 기도하고 협력해야 할 때다.
[특별기고-소강석] 새 대통령 탄생과 한국교회의 역할
입력 2017-05-11 00:00 수정 2017-05-14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