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순직 경관 4명 추모식 37년 만에 열린다

입력 2017-05-10 21:19

1980년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순직한 경찰관 4명의 추모식이 37년 만에 열린다.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게 한 당시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하다 공직에서 쫓겨난 ‘5·18의 숨은 영웅’ 고 안병하(1928∼1988·사진) 경무관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안 경무관의 아들 호재(57)씨는 10일 “1980년 5월 21일 오후 7시 광주 노동청 인근에서 시위대 버스행렬과 대치하다 생사를 달리한 경찰관들의 추모식을 오는 13일 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서 갖는다”고 밝혔다. 당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경찰관들은 정충길(40) 경장과 강정웅(39) 박기웅(40) 이세홍(31) 순경 등 4명이다.

이들의 추모식을 이끌어낸 안 경무관은 5·18 당시 광주·전남지역 치안책임자인 전남 도경국장으로 근무했다. 6·25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은 그는 경찰총수인 치안본부장 영전이 예상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5·18 당시 “군 병력 투입을 공식 요청하라”는 신군부의 강요를 거부했다.

안 경무관은 임종 전 남긴 ‘광주 비망록’에서 시민과 학생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방어적 진압, 경찰봉 사용 유의, 반말·욕설 엄금 등의 특별지시를 내렸다고 회고한 바 있다.

군 병력 투입의 명분을 쌓으려던 신군부에 반기를 든 그는 5·18 직후 직무유기 혐의로 보안사로 끌려가 14일간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자진 사표를 조건으로 풀려났다. 안 경무관은 고문 후유증과 생활고로 숨질 때까지 “순직 후배들을 꼭 챙겨주고 추모식을 치러 달라”고 가족에게 부탁했다. 이에 따라 아들 호재씨 등이 순직 경찰관의 유족과 협의한 끝에 37년 만의 추모식을 갖게 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