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發 돌풍 심상찮다… K리그팀 유일 ACL 16강 진출·K리그 클래식 선두

입력 2017-05-10 19:00
조성환 제주 감독이 지난 9일 열린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가 올 시즌 한국 클럽축구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는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선 K리그 4개 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으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국가대표 한 명 없는 제주는 감독의 리더십과 과감한 투자, 선수들의 헌신 덕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제주는 득점력이 높아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10일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6승2무2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10라운드까지 21골을 몰아쳤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유명한 전북 현대보다 7골이나 더 많이 뽑아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11명이 21골을 나눠 넣었다는 것이다. 제주가 특정 선수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ACL 조별리그 6경기에서도 12골(상대 자책골 1골 포함)을 기록했다. ACL 조별리그에 진출한 한국팀들 중 가장 많은 골이다. 제주가 이번 시즌 각종 대회에서 치른 17경기에서 상대의 자책골을 제외하고 직접 넣은 골은 모두 33골에 달한다. 경기당 평균 1.94골이다.

제주발 돌풍의 원동력은 사령탑 3년 차를 맞은 조성환(47) 감독의 ‘소통 리더십’이다. 고교팀 코치, 2군 코치 등을 지낸 조 감독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제주 관계자는 “감독님은 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며 “슬럼프에 빠지거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에겐 장문의 문자를 보내면서 믿음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제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ACL을 대비해 선수들을 보강했다. 멘디, 마그노, 진성욱, 박진포, 김원일, 이찬동 등을 영입했다. 또 임대 보냈던 조용형, 알렉스를 불러들였다. 이들은 기존 선수들과 순조롭게 조화를 이뤘다. 제주는 1군과 1.5군이 아니라 2개의 1군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주는 ‘용병 농사’를 잘 짓기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 외국인 공격수 3총사 마르셀로(5골 2도움)-멘디(4골)-마그노(3골)는 제주 상승세의 일등공신이다. 제주는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할 때 기량만큼 인성도 중요시한다. 팀 분위기를 고려해서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들은 제주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