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구·경북·경남 제외 전 지역서 1위

입력 2017-05-10 01:08 수정 2017-05-10 04:0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일 실시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에서 고른 득표율을 올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호남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압도한 것도 밑거름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경북(TK) 등 ‘집토끼’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표 확장력에서 한계를 보이며 무너졌다.

오후 8시 투표가 마감된 직후 투표함들은 전국 251개 개표소로 옮겨져 개표작업이 일제히 시작됐다. 오후 11시50분 현재 문 후보가 39.3%를 얻어 2위 홍 후보(26.8%)를 12%포인트 이상 앞섰다. 안 후보는 21.1%를 얻어 3위였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5%), 심상정 정의당 후보(5.7%) 순이었다.

문 후보는 TK와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다른 후보들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특히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표를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에서 개표 초반부터 문 후보 쪽으로 ‘표 쏠림’ 현상이 감지됐다.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 안 후보를 압도했다. 문 후보는 광주에서 58.6%, 전남 57.9%, 전북 64.0%의 득표를 기록했다. 반면 안 후보는 전북(25.0%)과 전남(33.3%), 광주(33.2%)에서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1987년 이후 한 후보에게 80∼90%의 몰표를 줬던 쏠림 현상은 완화됐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10% 가까운 지지를 얻었지만 홍 후보는 이번에 1∼2%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문 후보는 서울(42.4%), 경기(40.6%), 인천(40.2%) 등 수도권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안 후보는 수도권에서는 20%대 득표를 얻어 문 후보에 이은 2위로 선전했다. 선거 막판 ‘뚜벅이 유세’를 통해 젊은층의 마음을 일부 되돌린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맹활약하며 두 자릿수 득표율에 도전했던 유 후보와 심 후보는 목표 달성에서 멀어졌다. 유 후보는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서 12.0%의 득표율로 두 자릿수 득표에 성공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10% 선을 넘지 못했다. 심 후보의 경우 TV토론 이후 이렇다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지지세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선거 막판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야권 지지층의 표가 빠져나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결국 중도파의 함정에 빠졌다. 안 후보는 호남을 기반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공략하며 전국적 득표를 노렸으나 결국 전국 단위에서 문 후보와 홍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도저도 아닌 중도층 공략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인 결과다. 홍 후보는 영남권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보수층만을 노린 전략이 실패하면서 전국적 득표에 실패했다. 홍 후보의 자극적인 언사들이 젊은층 어필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후보와 심 후보는 기대했던 10%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이후를 위한 발판은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 후보는 6.5%를 얻었다. 특히 대구에서 12.0%를 얻었다. 유 후보가 목표로 했던 10%대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TK 지역에서 근거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유 후보는 그전까지만 해도 홍 후보와의 단일화와 후보 사퇴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회생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심 후보 역시 진보정당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