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 시대 통합의 ‘문’을 열다

입력 2017-05-09 23:23 수정 2017-05-10 04:0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민주당 선거상황실에서 두 팔을 들어 승리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오늘의 승리는 간절함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이 새로운 대한민국 문을 여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됐다. 2위 후보를 15% 포인트(418만9608표) 이상 앞섰다. 문 후보는 밤 12시 전 광화문광장에서 당선 수락 인사를 하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이 끝나고 9년 만에 다시 진보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던 ‘광장의 촛불 민심’이 정권교체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는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한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했다.

문 후보는 85.6%(2798만1228표)가 개표된 10일 오전 2시30분 현재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으며 1위를 달렸다. 대구·경북(TK)과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득표율 선두였다. ‘적폐 청산’과 ‘안정적 정권교체’를 내세운 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안보 이슈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보수 색채가 강한 부산과 울산에서 다른 후보를 여유 있게 이겼다. TK 지역에서는 막판 보수 표심이 결집하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46.7%(대구), 50.3%(경북)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지기반인 광주, 전남에서 30%를 겨우 넘었고, 전북에서는 문 후보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서 KBS MBC SBS가 공동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1.4%(오차범위 ±0.8% 포인트)를 득표해 일찌감치 당선 안정권에 안착했다. 23.3%를 기록한 홍 후보, 21.8%를 기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을 압도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각각 7.1%, 5.9%로 그 뒤를 이었다.

문 후보는 2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문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취약 연령층으로 분류됐던 50대에서도 36.9%로 홍 후보(26.8%), 안 후보(25.4%)를 제쳤다. 반면 홍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우세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색은 상당히 옅어졌지만 세대 간 대결 구도는 반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40%대 지지율을 얻으며 대세론을 만들었고, 한국당의 ‘보수 결집론’, 국민의당의 ‘제2의 안풍’을 뿌리치고 마지막까지 월등한 우위를 지켰다. 문 후보의 출구조사 득표율은 공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 때와 비슷한 수치다.

홍 후보와 안 후보의 출구조사 득표율은 여론조사 때보다 4∼5% 포인트 이상씩 상승했다.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숨은 표심이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샤이’층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대선 이후 어느 정도 회생의 기반은 얻었다. 다만 중도층과 무당파층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소신 투표에 나서며 표심이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민주당 상황실이 마련된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늘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여는 날”이라며 “우리 국민이 염원하는 두 과제인 개혁과 통합을 모두 이루겠다. 끝까지 함께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한국당 상황실에서 “무너진 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