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리더십 평가는 엇갈린다. ‘촛불민심’에 부응하는 적폐 청산을 추진할 리더십을 갖췄다는 점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패권’ 등 분열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 후보는 시종일관 “친문 패권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6일 방송연설을 통해 “문재인 사전에 정치 보복은 없다. 당선되면 바로 그날 야당 당사를 방문하겠다”며 ‘국민 대통합’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TV토론에선 자신의 리더십과 닮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세종대왕이라고 답변했다. 세종대왕이 조세개혁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당시 여론을 수렴해 추진했다고 밝힌 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당 경선 이후에 통합의 메시지를 띄웠고, 캠프 구성 과정에서 다른 계파의 인사 영입을 통해 패권주의 공격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았다.
문 후보 측은 ‘갈등의 리더십’이라는 평가 자체를 경쟁 후보들의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 후보가 당대표 시절 ‘탕평인사’를 시도했다” “친문 패권이 실제 있었다면 당대표였던 문 후보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일은 없었다” 등이 그 근거다. 다만 문 후보가 이번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적폐 청산’ 메시지에 집중했고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댄 각종 연대론 차단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당선 이후를 겨냥한 협치 메시지에 소홀했던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문 후보 측 얘기다. 게다가 경쟁 후보들의 검증 공세 속에서 열성적 지지자들인 이른바 ‘문팬’의 활동이 두드러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문 후보의 리더십에 의문 부호를 찍는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반문 인사’들은 그 근거로 문 후보가 과거 민주당 내 주도권 경쟁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을 든다. 친문 주류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를 장악했으며 ‘친문 카르텔’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친문의 기세가 등등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의 비주류 지도부는 번번이 당내 흔들기에 무너졌으며,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등 문 후보가 직접 ‘모셔왔던’ 인사들마저 등을 돌렸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에서 “당대표를 지낸 안철수 김한길 손학규 김종인 등이 모두 견디지 못하고 쫓겨났을 만큼 민주당의 친문 패권주의는 강고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9일 문 후보가 내각 구성에서부터 통합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할 때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정부를 꾸리는 과정에서 중용을 지키지 못하고 대통령 주변이 득세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패권정치 비판은 다시 고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후보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비교적 유연하고 소통 가능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선 먼저 친문 세력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선별적으로 거리를 두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적폐청산’ 기대 vs ‘친문패권’ 우려… 엇갈리는 文의 리더십
입력 2017-05-1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