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당선을 선언한 문재인 후보는 9일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초기 개표 결과를 확인한 후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대국민 인사를 했다. 문 후보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께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그분들과도 함께 손잡고 미래를 위해 같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섬기는 통합대통령이 되겠다. 국민 여러분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을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측근들과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나자 자택을 떠나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상황실을 찾았다. 문 후보는 “예측했던 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면서 “이대로 우리가 승리한다면 오늘의 승리는 간절함의 승리다. 정권교체를 염원한 국민의 간절함, 이를 실현하기 위해 뛴 우리의 간절함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당의 위에서 아래까지 혼연일체가 됐다”면서 “당 전체가 똘똘 뭉쳐 하나가 돼 선거를 치른 것은 우리 당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장면일 것”이라고 격려했다. 문 후보는 이어 “여러분의 열정과 노고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 그 땀과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잘 받들겠다”며 “다음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다. 저의 뒤에서 여러분이 든든하게 받쳐준다는 자신감으로 제3기 민주정부를 힘차게 열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상황실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으로 출구조사 발표를 기다렸다. 예측 결과가 압승으로 나오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은 두 손을 모두 들고 ‘엄지척’ 포즈를 취했다. 송영길 총괄본부장과 박광온 공보단장, 김상희·조정식 의원 등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지역별 결과 발표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울·경기·인천에 이어 부산까지 1위로 나오자 상황실은 축제 분위기가 됐다. 경남과 대구·경북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밀리는 결과가 나왔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어 광주·전남·전북 결과가 나오자 분위기는 다시 되살아났다.
문 후보가 상황실에 들어서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며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문 후보는 이들을 돌아보며 엄지를 세우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피로한 듯 환호성에 화답하거나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를 제외하고는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문 후보는 오전 8시30분쯤 일찍 투표를 마치고 홍은동 자택으로 귀가했다가 곧바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문 후보는 자택 뒤편 백련산 근린공원 산책길을 1시간 넘게 걸으며 대선 이후 정국을 구상했다.
문 후보는 바위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한동안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따라 나선 기자들이 대선 이야기를 물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선거운동이 끝나서 기분이 홀가분한지 묻자 엷은 미소를 띤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고만 했다. 김 여사도 “이제 이야기 안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문 후보는 대신 북한산 비봉을 가리키며 “제가 청와대에 갔을 때는 진흥왕순수비가 있었다는 표지석만 남고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있었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이미테이션(모조품)을 하나 세워놓자. 요즘은 감쪽같아 실물과 차이가 안 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팝나무를 가리키며 “광주 5·18 묘역 들어가는 2∼3㎞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쭉 있는데 꽃이 5·18 시기에 만개한다”고 말했고, 아까시나무를 보고는 “옛날 박정희정부 시절 빨리 자라는 속성수라 많이 심었다”고도 했다.
문 후보는 이어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당사로 이동해 유튜브 생방송 ‘문재인TV’에 출연했다. 문 후보는 “(선거기간) 체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부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절박하게 뛰었다”며 “그러나 우리의 절박함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함이 더 크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특히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구속시켰고, 이번 선거를 있게 만들었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의 결의가 만든 선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그토록 부르짖었던 나라다운 나라, 겪어보지 못한 완전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도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끝까지 국민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글=전웅빈 조성은 기자 imung@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광화문 찾은 문재인 “국민 모두의 통합대통령 되겠다”
입력 2017-05-09 23:52 수정 2017-05-10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