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문재인 후보는 지난 이틀간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국무총리 및 청와대 참모 인선을 위한 장고를 거듭했다.
문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 이후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후 대통령 당선 확정 뒤 당선증 수령 방식 및 의전 등에 대한 간단한 보고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받은 후 오후 10시40분쯤 자택으로 복귀했다.
문 후보는 대선 당일인 9일에도 투표 독려를 위한 인터넷방송 촬영 외에는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튿날 바로 취임해야 한다”며 “문 후보가 당장 대통령을 보좌할 대통령 비서실장과 참모진 인선을 고민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번 정부 인사에서 자신을 옭아맸던 ‘패권주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화합과 탕평의 인사를 해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그동안 측근 그룹이 여러 차례 인사를 위한 보고서를 올렸지만 9일 오후 8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발표까지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 지난 7일 문 후보와 추미애 당대표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독대한 직후에도 선대위 관계자들이 인사안을 직접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지금 꼭 해야 하느냐”며 채 1분도 안 돼 모두 내보냈다고 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는 대선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 등의 인사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면서 “그동안 인사안이라며 밖으로 돌았던 내용은 모두 ‘지라시’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9일 오후까지도 대통령 비서실장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노영민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청와대에 참여하지 않고 2선 후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후보가 신중한 자세를 거듭하다 보니 선대위 내부에서도 추측이 난무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 배제설, 국무총리 깜짝 발탁설 등이 오갔다. 청와대 수석에 대해서도 순차 발표냐 동시 발표냐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새어 나왔다.
문 후보는 9일 밤이 늦어서야 일부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및 내각 인사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당선이 유력하다는 출구조사가 나오고, 개표가 시작된 뒤에야 문 후보가 그동안 염두에 뒀던 인사안을 측근들과 상의했다”면서 “개혁과 통합 기조 아래 국무총리 인선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화합과 탕평의 인사 어떻게…” 문재인, 일정 비우고 인선 고심
입력 2017-05-09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