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의 고향인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9일 오후 8시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38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는 남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마을회관에 모여 200인분의 소고기국밥과 떡 등을 준비했다. 취재진 등 외지 손님들을 맞기 위해서다. 마을회관 인근 800평 규모의 논은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마을 이장 김복순(54·여)씨는 “너무 기쁘다. 우리 마을의 경사 아니냐”며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어린 시절 친구인 신해진(64)씨는 “(확정 전이라) 아직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덕이 있고, 국민을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부모는 흥남에서 미군 군용선을 타고 1950년 12월 25일을 전후해 거제에 도착한 피란민이다. 문 후보는 53년 1월 24일 당시 이곳에서 태어나 59년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
문 후보가 태어난 생가는 지붕만 슬레이트로 교체했을 뿐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2년 전까지 추경순(88) 할머니가 살았던 곳이다. 추 할머니는 문 후보가 태어났을 때 탯줄을 잘랐던 이웃이다. 지금은 큰아들과 함께 인근에 새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추 할머니는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외치자 “꼭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남정마을 전 이장 주문배(75)씨는 “조선사가 휘청거리면서 거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조선업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시 매곡동 주민들도 열광과 환호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했다. 문 후보는 2008년 3월 이곳으로 전입했었다.
매곡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며 “마을이 생긴 이후 최대의 경사”라고 기뻐했다.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양산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던 만큼 양산의 아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마을 이장 서재수(64)씨는 “대통령의 마을이라는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하다”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존경받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마을 토박이라는 이경미(65)씨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말이 아닌데 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노무현정부에서 국정기록비서관을 지냈던 김정호(57) 봉하마을 대표는 “문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다”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제·양산=이영재 조원일 기자 yj3119@kmib.co.kr
200인분 소고기국밥·떡 준비 ‘잔칫집’ 분위기
입력 2017-05-09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