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 이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보수의 기사회생 여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보수는 궤멸 수준으로 파괴됐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보수가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보와 경제·사회 이슈에서 색깔론과 기득권 편들기에 매달릴 경우 보수는 떠나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성을 기반으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한다면 한국 정치의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보수의 통합도 숙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다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 이후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서 벌어질 당권 경쟁과 쇄신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보수 진영은 이번 대선에서 분열됐다. 야당보다 여당이 더 익숙했던 보수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동시에 출마한 적이 있지만 당시 MB의 당선 가능성이 워낙 높아 보수 분열로 보기 힘들었다. 보수 후보들이 분열된 것은 사실상 이번 대선이 처음인 셈이다.
보수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맥을 못 춘 것 또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거대 보수 정당의 후보는 역대 대선의 여론조사에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거나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 2위 자리를 오갔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번 대선 여론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대선 여론조사 공표기간 막판 일부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며 2등을 기록한 것이 최고였다. 여론조사 공표기간 내내 보수 후보들은 멀찌감치 앞서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등을 보고 쫓아가는 추격자 신세였다.
선거 기간 보수는 ‘샤이 보수’에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다.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드러내놓고 지지는 못해도 투표장에만 들어가면 보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두터운 층이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9일 “대선을 치르면서 보수가 체제 정비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대선 이후 대북정책 등을 놓고 보수가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실망한 보수층이 중도로 이탈했지만 이들이 진보 진영으로 넘어가지 않고 중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진보의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진보 진영이 어떻게 하느냐 여부도 보수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가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보수의 분열을 해결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보수가 더 이상 갈라져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이 된 이상 이를 받아들여 갈등 요소를 없애야 한다”며 “이를 못할 경우 보수는 탄핵 책임론 싸움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현재의 보수 인재풀로는 안 된다”면서 “보수 진영이 새로운 인재들을 많이 영입해야 하며 대권 주자가 될 만한 차기 뉴리더들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소장은 “종북 좌파 공격,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 대표되는 구시대적 보수정책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며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보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허경구 기자 justice@kmib.co.kr
파괴된 보수, 색깔론 매달리면 미래 없다
입력 2017-05-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