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쪽빛 가르며 가족과 함께 ‘낭만의 힐링질주’

입력 2017-05-17 18:00 수정 2017-05-17 21:42
정선 만항재
가평 75번국도 청평호 마을(위), 17번국도 곡성 기차마을(아래)
강릉 헌화로(위), 금산 방우리 적벽강(아래)
남해 일주도로(위), 영암 선암마을(아래).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운치있는 드라이브 코스’라는 테마로 5월에 가볼 만한 곳 7개 코스를 선정·발표했다. 75번 국도 중 경기도 가평 구간, 강원도 강릉 헌화로 구간, 강원도 정선 414번 지방도 만항재 구간, 충남 금산 방우리∼적벽강 구간, 섬진강 17번 국도 중 전남 곡성∼구례 구간, 88번 지방도 중 경북 봉화군 춘양∼강원도 영월 구간, 경남 남해도 일주도로 구간이 포함됐다.

◇물빛 그윽한 풍경에 짜릿한 수상 스포츠까지, 가평 75번 국도=가평군 설악면에서 청평면, 가평읍, 북면을 거쳐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까지 이어진 도로다.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눈에 띄며, 북한강과 시합하듯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가평읍을 지나면서 가평천이 내내 함께한다. 산과 물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수상스키와 플라이피시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쁘띠프랑스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낭만적이다. 사진이 유독 예쁘게 나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인기다. 캠핑장·놀이터·수상 스포츠 등을 즐기는 자라섬, 가평레일파크 등 놀 거리, 즐길 거리가 주렁주렁 열렸다.

◇해안 비경 품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강릉 헌화로=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에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최고 드라이브 코스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을 뽐낸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헌화로 풍경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시그널’ 최종회에서 항공촬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출발점인 금진해변은 몇 해 전부터 서퍼들이 모이며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들어섰다.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은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쪽빛 바다를 끼고 달린다. 심곡항에서 정동진항 구간은 내륙 도로다.

◇하늘 맞닿은 길, 정선 만항재=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다. 고갯마루가 무려 1330m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오르면 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이 어깨쯤에서 물결치는 풍경도 매력 있다. 출발점은 38번 국도와 414번 지방도가 갈리는 정선 고한읍 상갈래교차로다. 이곳에서 만항재 넘어 태백의 화방재까지 16㎞쯤 달린다. 굽이굽이 휘도는 길이 제법 근사하다. 만항재는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으로도 유명하다. 별을 좋아하는 이는 야밤에 이곳을 찾아 은하수를 만나고, 호젓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이는 새벽에 이곳을 찾아 안개 낀 몽환적인 풍경을 즐긴다.

◇금강 상류 넘나들며 호젓한 드라이브, 금산 방우리∼적벽강=금산 부리면 방우리와 적벽강을 잇는 드라이브 길에 금강 물줄기가 동행한다. 방우리는 ‘육지의 외딴섬’으로 불리는 마을이다. 금강을 끼고 금산 끝자락에 방울처럼 매달려 방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전북 무주를 에돌아야 닿는 곳이다.

방우리에서 출발해 37번 국도와 601번 지방도를 경유하면 금강 다리를 수차례 건너는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금산을 지나며 ‘적벽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부리면 수통리 적벽강은 강줄기가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여 붉은빛을 띠는 곳으로, 높이 30m 기암절벽 아래 고요한 수면과 자갈밭이 넉넉하게 펼쳐진다.

◇섬진강 따라 달린다, 17번 국도 곡성∼구례=남원에서 내려오는 17번 국도는 곡성부터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기 시작하고, 구례를 거쳐 50㎞ 가까이 이어진다. 5월에는 차창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드라이브의 명소로 손색이 없다. 호젓한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가정역 인근의 두가세월교 건너 섬진강로를 따라 달려도 좋다.

17번 국도 인근에는 여행지가 많다. 영화 ‘곡성’을 촬영한 메타세쿼이아 길, 섬진강의 운치를 만끽하며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섬진강기차마을, 도깨비를 테마로 한 섬진강도깨비마을, 섬진강과 지리산의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지는 사성암과 섬진강 변 대나무 숲, 지리산을 대표하는 화엄사와 반달가슴곰 생태체험장 등이 지척이다.

◇고즈넉한 정취를 따라가는 드라이브, 88번 지방도 춘양∼영월=경북 봉화 춘양에서 강원 영월까지 이어지는 88번 지방도는 만산고택에서 청령포를 지나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까지 보여준다. 조선양반 가옥의 원형을 보여주는 만산고택은 고즈넉한 정취가 가득한 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싱그러운 기운으로 생동감이 넘친다.

봉화를 빠져나온 길은 영월로 접어든다. 첫 여정은 아프리카와 관련한 유물을 모아놓은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아이도 좋아하고 어른도 즐거운 곳이다. 김병연의 흔적이 있는 난고 김삿갓 유적지와 조선 역사상 가장 불행한 임금으로 꼽히는 단종이 묻힌 장릉을 지나면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과 선돌에 닿는다. 한반도를 빼닮은 모습과 절벽이 쪼개져 두 개로 나뉜 풍경 앞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감탄이 인다.

◇쪽빛 가득한 보물섬 드라이브, 남해도 일주도로=‘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으로 불리는 남해는 1973년 남해대교가 준공돼 하동과 연결되고, 2003년 창선·삼천포대교로 사천과 이어지면서 드라이브 명소로 주목받는다. 나비처럼 생긴 남해는 양 날개 위쪽으로 하동과 사천이 이어진다. 따라서 드라이브는 남해대교로 들어와 명소를 둘러보고 창선·삼천포대교를 통해 나가거나, 그 반대로 진행하는 게 좋다.

찾아볼 포인트로 왼쪽 날개에는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과 남해유배문학관, 가천다랭이마을 등이 있고, 오른쪽 날개에는 상주은모래비치와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원예예술촌 등이 있다. 특히 물건리에서 미조항까지 이어진 ‘물미해안도로’는 바다 위를 운전하는 듯 짜릿하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