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버스에 화재가 나 한국 국적 유치원생 10명이 사망했다. 버스 출입문 쪽이 불길에 휩싸여 문이 열리지 않았고, 주변을 지나는 차량 탑승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에서도 “주변인들이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다”며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9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현지시간) 웨이하이시 환추이구 소재 타오자쾅 터널 내에서 유치원생 11명을 태운 통학버스가 앞차인 청소차와 추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또 이 사고로 버스에 탑승한 한국 국적 10명(이중국적자 포함)과 중국 국적 1명 등 원아 11명 전원이 사망했다. 중국인 운전기사도 숨졌고, 중국인 인솔교사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어린이들은 웨이하이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생들로 이 유치원은 한국 교민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숨진 원생들은 3∼7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칭다오 총영사관은 총영사 등을 현지에 급파, 피해 사항을 확인 중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차량이 노후해 화재가 난 것인지, 1차 사고 후 차량에 불이 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한국교민회 관계자는 “터널에서 추돌사고 후 바로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며 “중국의 한국 교민 역사상 최악의 사고”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통학버스 교통사고가 빈발해 왔다. 2015년 산둥성에서 유치원 통학차량이 화물차와 추돌해 12명이 숨졌다. 2011년에도 간쑤성 칭양에서 64명을 태운 9인승 유치원 통학버스가 트럭과 추돌해 20명이 사망했다. 중국 당국은 ‘통학버스 안전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교통사고로 하루 평균 30명, 매년 1만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고 뒤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김장수 주중대사에게 연락해 “중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를 대표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웨이하이=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中터널서 통학버스 불… 韓 유치원생 10명 사망 ‘주변 구조손길 아무도 없었다’
입력 2017-05-09 17:57 수정 2017-05-10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