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 새 정부의 경제] 통상 압박·청년실업 ‘급한 불’… 양극화 비상구도 찾아야

입력 2017-05-10 05:00
새 정부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많다. 특히 우리 경제는 암초가 즐비한 바다를 지나야 하는 배와 같다. 모든 짐을 한꺼번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 대신 우선순위는 있다. 새 정부는 단기적으로 청년실업과 경기 침체, 통상 압박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등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실업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병의 집합체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올해 1분기 23%에 이른다. 대선 주자들이 일자리 공약을 첫 손에 꼽은 이유다. 일자리는 경제성장과 동행하지만 이미 우리 경제는 저성장으로 접어들었다. 최근 경기가 반짝 반등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노동 개혁은 지난 4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기업 쏠림을 해소할 경제민주화는 말뿐이었다. 여기에다 박근혜정부 들어 1344조원까지 덩치를 키운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다. 전세난과 부동산 과열 역시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외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한 리스크는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9일 “원칙과 철학은 유지하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서 “정권 초기에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일자리 질 높이고 근로시간 단축을

일자리가 경제를 선순환 고리로 인도하는 열쇠라면 출산율에 미래 경제의 활력이 달려 있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쏟아낸 숱한 정책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취업률, 출산율 등과 같은 숫자에 매달려서는 실질적 해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목표치' 대신 중소기업, 하도급 등의 일자리 질을 철저하게 관리해 취업의 문을 넓히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첫 해였던 2013년 8.0%이던 청년층(만 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9.8%까지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청년실업률은 10.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는 국가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 단추'다. 일자리를 통해 소득이 분배되고,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청년층 취업난은 결혼 기피, 저출산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서 일자리 수 자체를 대폭 늘리긴 쉽지 않다. 불법 파견근로나 열악한 중소기업 일자리, 편법적인 비정규직 활용 등 잘못된 관행 바로잡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도 시급하다. 근로시간 단축이 최고의 출산 정책이자 일자리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장시간 근로는 여성 경력 단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시에 일자리 나누기로 전체 가계의 소득 증가,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기업
中企경쟁력 높이고 임금 격차 줄여라

‘부의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경제 주체를 꼽을 때면 어김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등장한다. 대·중소기업 간 매출액·부채에서 벌어진 간극은 근로자들에게 월급 격차라는 형태로 전이되고 사회 양극화를 부추긴다.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합해야 하는 새 정부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신고 기준 사업체는 모두 59만1694곳으로, 이들의 매출 총액은 4468조원이다. 이 중 25% 수준인 1116조원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31개 대기업집단의 매출로 분류된다. 계열사가 1266곳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위 0.2% 기업에 부의 4분의 1이 집약돼 있다. 부채 역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은행 대출금은 164조5555억원이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금은 609조4049억원이다. 감소 추세인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 차이는 근로자 임금으로도 직결된다. 지난해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초임은 4350만원이었던 반면 중소기업은 2490만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임금 격차 해소로 격차를 줄이는 게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통상
美·中 압박 겹시름… 입체적 전략 짜야

한국은 말 그대로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다. 미·중 간 통상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통상 압박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폐기를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사드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정상이 만나는 일이다. 오는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다자회의에서 갖는 정상회담에선 깊은 대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하루 빨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불거진 통상문제는 외교 안보와 얽혀 있는 만큼 새 정부는 입체적인 시각에서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를 주고 그 이상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해 한·미 FTA 협상에 내놓을 카드를 고민해야 하며, 사드 배치와 통상은 별개라는 논리를 중국에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중국과 미국 중 어디를 먼저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금융
가계빚 1344조… 취약층 맞춤처방을

1344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다. 일자리, 경제성장률, 부동산 가격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1344조2793억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주택 거래량 감소, 정부의 가계대출 및 부동산 과열 억제 정책,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총액보다 증가 속도에 주목한다. 급격하게 늘어나면 ‘소비 위축, 연체율 상승, 금융기관 파산, 경기 급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리 상승기엔 우리 경제를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올해 3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시장금리 상승은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 등 고위험 가구의 부담 가중으로 직결된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48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출이 4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상환 능력 취약자나 영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한 가구별 위기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부동산
보유세 인상·후분양제 ‘뜨거운 감자’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세난 해결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이 거론되지만,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일 “공공임대 하나를 짓는 데 1억원 정도 든다”며 “재원 마련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의 반발이 커 장기 과제로 돌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이나 후분양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후분양제는 건설사들이 주택을 짓기 전 미리 분양하는 제도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주택금융 시스템 선진화와 주택 보증제도 개선 없이 진행할 경우 주택 소비자들의 자금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보유세는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강하게 물림으로써 투기세력을 억제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고 세금은 주거복지 정책에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주택경기 경착륙은 물론 수요 감소로 인해 건설산업을 침체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실제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기준금리도 인상되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다. 과거 대선 때마다 나왔던 개발 소재가 줄면서 건설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졌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