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원로와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새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과 국정 정상화를 주문했다. 여소야대 국회와의 소통·협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회사원과 주부, 학생 등 일반 시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이 ‘서민들도 잘사는 나라’ ‘부정부패 없이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대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9일 “새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소수파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분열돼 있고 국회도 여소야대”라며 “협치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관철하려 하면 국민 다수가 등 돌리는 상황이 온다”고 경고했다. 5선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장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후 출범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연정 대상을 정하지 않으면 내각을 구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그는 “국정을 안정시키려면 다른 정치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고, 이는 권력 분배를 전제로 한다”며 “국민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급하더라도 떠밀려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더디더라도 자기 원칙을 갖고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너무 서두르면 정책이든 인사든 더 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던 시절에도 대통령 당선 후 첫 내각 구성에 차질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여소야대인 이번에는 더더욱 저질러놓고 통보할 게 아니라 인선 전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급한 현안으로는 안보위기 해소가 첫손에 꼽혔다. 김형오 전 의장은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전방으로 달려가 국가안보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경제·안보 위기를 우선 해결하고 사회 각 분야별로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내기 위한 헌법 개정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새 대통령이 아무리 ‘나는 다르다’고 해도 현행 대통령제 하에선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를 해결하는 건 제도적 개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고 둘로 나뉜 민심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일자리와 교육 등 피부에 와 닿는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자영업을 하는 한지석(20)씨는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씨는 “선거 과정에서 여러 공약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선애(73·여)씨는 “평범한 서민들도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종수(48)씨는 “한국 사회의 이념 대립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며 “혼란스러운 정국을 봉합하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종철(49)씨는 “둘로 나뉜 민심을 치유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계 원로들 역시 사회 통합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국정 방향을 국민 대통합으로 잡고 매진해야 한다”며 “인사 탕평책은 필수”라고 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각자도생으로 반목하고 대립하면 나라가 힘들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그동안 분열과 배제의 정치가 득세했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보수·진보 편 가르지 말고 사회 구성원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촛불집회처럼 국민의 뜻이 앞서고 정치가 이를 따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주권자로서 각성한 시민들의 뜻을 헤아리며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집단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국정 공백이 길었던 만큼 ‘일하는 정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형오 전 의장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5개월 넘게 대통령 공백 상태였다”며 “공무원들이 바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권지혜 윤성민 허경구 기자 jhk@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19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 “대통합 물꼬 터 나라다운 나라로”
입력 2017-05-09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