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

입력 2017-05-09 17:57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투표를 마친 뒤 서울 홍은동 자택 뒷산에 올라 대화하고 있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혼신의 힘을 다해 절박하게 뛰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일 “정권교체를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며 대선 승리를 자신했다. 또 “(선거기간) 체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 부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절박하게 뛰었다”며 “그러나 우리의 절박함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함이 더 크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유튜브 생방송 ‘문재인TV’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문 후보는 특히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구속시켰고, 이번 선거를 있게 만들었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의 결의가 만든 선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그토록 부르짖었던 나라다운 나라, 겪어보지 못한 완전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도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끝까지 국민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투표를 독려하며 “투표율이 80% 중반을 넘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아주 불평등·불공정하지만 투표만큼은 누구나 차별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며 “세상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 기회”라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오전 8시30분쯤 일찍 투표를 마치고 서울 홍은동 자택으로 귀가했다가 곧바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문 후보는 자택 뒤편 백련산 근린공원 산책길을 1시간 넘게 걸으며 대선 이후 정국을 구상했다.

문 후보는 정상에 오른 뒤 바위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한동안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따라 나선 기자들이 대선 이야기를 물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선거운동이 끝나서 기분이 홀가분한지 묻자 엷은 미소를 띤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고만 했다. 김 여사도 “이제 이야기 안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문 후보는 대신 북한산 비봉을 가리키며 “제가 청와대에 갔을 때는 진흥왕순수비가 있었다는 표지석만 남고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있었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이미테이션(모조품)을 하나 세워놓자. 요즘은 감쪽같아 실물과 차이가 안 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팝나무를 가리키며 “광주 5·18 묘역 들어가는 2∼3㎞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쭉 있는데 꽃이 5·18 시기에 만개한다”고 말했고, 아까시나무를 보고는 “옛날 박정희정부 시절 빨리 자라는 속성수라 많이 심었다”고도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