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이 올 들어 초대형 유조선 건조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 일감이 끊기는 ‘수주 절벽’ 위에서 회생의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업계는 배 가격 하락과 유가 회복 등으로 유조선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현 상황이 장기 불황에서 탈출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지난 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유조선 업체 프런트라인(Flontline)이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최대 4척의 건조를 현대중공업에 맡겼다고 보도했다. 프런트라인은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이 소유한 세계 최대 유조선사다.
프런트라인이 요청하면 현대중공업은 기본 2척에 다시 2척까지 추가로 만들게 된다. 계약은 대당 약 8000만 달러씩 전체 3억2000만 달러(약 3624억96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건조는 현대삼호중공업이 맡는다. 인도 시점은 2019년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이번 계약으로 올 들어 41척, 26억2000만 달러(약 2조9679억3600만원)어치 선박 건조 계약을 확보했다. 옵션 물량을 포함하면 계약 규모는 크게 불어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해운업체 캐피탈 마리타임(Capital Maritime)과 VLCC를 최대 8척 건조하는 내용으로 최종 계약 전 단계인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기본 4척에 옵션 4척으로 전체 6억5000만 달러(약 7363억2000만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싱가포르 해운업체 BW그룹으로부터 VLCC 4척을 수주하며 9년 만에 VLCC 건조 일감을 따냈다. 2019년 7월까지인 BW그룹과의 계약은 척당 약 8370만 달러씩 3억3479만 달러(약 3792억5000만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초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자회사 마란 탱커스(Maran Tankers)로부터 VLCC 3척을 2억5000만 달러(약 2832억원)에 수주했다. 며칠 뒤에는 현대상선과 VLCC 최대 10척(옵션 5척 포함)에 대한 LOI를 체결했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는 선박 수요 감소로 건조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VLCC 발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VLCC 신조선가(신규 건조 선박 가격)는 2003년 이후 14년 만의 최저인 8000만 달러 수준까지 낮아졌다. 현대중공업 등은 적극적인 영업 활동으로 신규 수주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수주 절벽에서 날아오른 조선… 빅3 잇단 희소식
입력 2017-05-09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