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팬들이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25) 하면 ‘악동’ 이미지를 떠올린다. 설익은 행동으로 각종 물의의 당사자가 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악동이 이제 각성하고 진중해져 LG 투수진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임찬규는 2011년 데뷔 후 ‘철없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아나운서 물벼락 사건이다. 2013년 5월 26일 동료 정의윤(현 SK 와이번스)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쓰레기통에 물을 담아 정의윤에게 뿌렸다. 그런데 정의윤 옆에 있던 여자 아나운서도 함께 물벼락을 맞았다. 감전사고 우려로 팬들의 비난이 들끓었다. 더욱이 임찬규는 전년도에도 팀 선배 이진영(현 kt 위즈) 인터뷰 때 비슷한 행동을 한 사실로 인해 상습범 이미지까지 얻었다.
2011년 6월 9일 한화전에서의 ‘보크 논란’도 임찬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6-5로 앞선 9회초 2사 3루에서 임찬규는 3루 주자가 홈스틸을 시도하자 놀라 와인드업 없이 포수에게 공을 던졌다. 명백한 보크였지만 심판이 이를 보지 못했고 LG가 승리했다. 이후 당시 심판진 5명은 9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임찬규가 고의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보크했음에도 승리투수를 따내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경기력면에서도 안정감이 없었다. 임찬규는 항상 제구가 불안했다. 데뷔 후부터 2013년까지 9이닝당 볼넷이 5.18개로 같은 기간 150이닝 이상을 던진 LG 투수 10명 중 가장 많았다. 이 기간 11승 12패에 평균자책점은 4.54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임찬규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패기만 있었다. 지금 같은 마음가짐이라면 좀 더 잘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철부지였던 임찬규는 군에 간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제대한 임찬규는 야구에 대한 태도가 진지해졌다. 임찬규는 “군대도 갔다 왔는데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체중도 불리고 웨이트로 근력도 키우면서 체력을 다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스프링캠프에서도 양상문 감독, 강상수 투수코치와 함께 내게 맞는 팔각도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제구가 안정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임찬규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5경기에 선발로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 1.30을 기록 중이다. 9이닝 당 볼넷이 3.25개로 군 입대 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아직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순위권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1위 KIA 양현종(1.52)보다 좋다. 피안타율도 0.146으로 이 부문 1위 NC 제프 맨쉽(0.188)보다 낮다.
임찬규는 “올 시즌 선발로테이션을 안 거르고 세 자릿수 이닝·탈삼진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아나운서 물벼락·보크 논란… ‘악동’ 임찬규, 군대밥 먹고 성숙
입력 2017-05-10 05:00 수정 2017-05-10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