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전도사가 세운 ‘아이들 천국’

입력 2017-05-10 00:07
충북 청주 아이사랑교회 어린이들에게 교회는 놀이터나 마찬가지다. 교회는 매일 어린이들에게 간식과 책을 제공한다. 오른쪽 사진은 노혜신 아이사랑교회 전도사가 8일 전도용 바구니에서 과자를 꺼내 설명하는 모습.

충북 청주시 직지대로 아이사랑교회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니는 어린이 전문교회다. 8일 교회에서 만난 노혜신(60) 전도사는 “20년 넘게 매주 바구니에 사탕을 담아 놀이터에 나갔다”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어울렸고 ‘교회에 같이 가자’고 하면 ‘나쁜 아줌마 같지 않으니 가보자’며 따라왔다. 어른보다 어린이 전도가 쉬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청주서문교회에서 20년간 유초등부 교사로 활동하던 권사였다. 거리에 나서면 유독 어린이가 눈에 들어와 15년 간 한국어린이전도협회에서 훈련을 받았다. 어린이 전문사역자의 부르심에 따라 2010년 청주교역자양성원에 입학했고 지난해 서울신대 목회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교회는 2013년 11월 개척했다.

“아이들은 단순해요. 말씀을 전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전하면 어른처럼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얀 백지처럼 말이죠.”

2014년 1300만원을 들여 다세대주택의 1층을 개조했다. 50㎡의 교회는 마치 놀이방 같다. 오후 4시쯤 학원을 마친 어린이들이 교회에 와서 라면도 먹고 책도 읽는다. 책장에는 ‘미술관이 살아있다’ ‘리틀 성경동화’ ‘파워바이블’ 등이 빼곡히 꽂혀있다. 매일 오후 7시까지 개방되는 ‘놀이터’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그는 매주 목요일 오후 1시40분부터 2시간 동안 봉명초등학교 앞에서 전도한다. 교회에서 놀던 어린이 2∼3명은 전도대원이 된다. 주일 정오에 열리는 예배는 어린이들을 예배자로 세우는 데 주력한다.

“교회마다 어린이들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어린이들이 교회에 한두 번 오는 것은 반기지만 매일 오면 솔직히 싫어하잖아요. 물건을 어질러 놓기 때문이죠. 그걸로 야단치면 발길을 뚝 끊습니다. 어린이 사역은 그들만의 ‘아지트’,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때 시작됩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잘 맺어야 하구요.”

노 전도사는 매달 간식비로 70만원을 쓴다. 2개월에 한 번은 방방(트램펄린)놀이터에 데려가고 달란트 잔치도 연다. 좋은 책이 나오면 12개월 카드할부로 구매한다. 매주 전도 때 사용하려고 4만5000원어치의 쌀과자와 초코파이를 산다. 운영비는 가족과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의 주된 사역은 어린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다. “라면 끓여주고 밥해주고 화장실 청소하고 책 정리하고… 교회를 쓸고 닦다보면 쉴 틈이 없어요.”

동네 학부모와 어린이들은 노 전도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지혜(32·여)씨는 “나는 비록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아이들을 손자 손녀처럼 사랑해주시는 선생님의 사랑이 느껴져 아들을 지난해부터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8)양은 “교회에 가면 선생님이 잘해주시고 친구들도 많아 좋다”고 자랑했다.

노 전도사는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재개발로 교회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 개척 2년 만에 60명의 어린이들이 모였지만 지금은 절반만 출석한다.

그는 “지난 4년 간 교회를 거쳐 간 어린이만 200명이 넘는다”면서 “힘들게 전도해 양육한 어린이들이 대형교회의 초청을 받고 빠져나갈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이어 “중학생이 되면 다른 교회로 보내는데 어린이 사역이 사람을 나르는 ‘나룻배’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면서 “그래도 말씀 안에서 변화돼 열심히 예배드리는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예순을 맞은 노 전도사의 얼굴은 해맑았지만 손엔 잔주름이 많았다. 잔주름 개수만큼 예수께로 인도한 어린 영혼의 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