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을 큰 울림으로 ‘뚝딱’… KBS 2TV ‘다큐 3일’ 10주년

입력 2017-05-11 05:01
KBS 2TV ‘다큐 3일’이 지난 7일 내보낸 방송의 한 장면. 제작진은 광주에서 가장 먼저 하루가 시작되는 곳 남광주 도깨비시장의 ‘3일’을 카메라에 담았다. KBS 제공
‘일요일 밤, 달콤한 휴일이 갈무리되고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머릿속에서 그려질 때쯤, 그런 시간에 만나는 ‘다큐 3일’은 어떤 존재일까요. …저마다 열심히 사는 동시대 사람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마도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잠자리에 들 겁니다.’

KBS 2TV ‘다큐 3일’ 제작진이 최근 펴낸 신간 ‘사랑하면 보인다’(인플루엔셜·책 표지) 첫머리에 담긴 글귀다. 제작진은 그동안 프로그램에 출연한 시민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익숙한 풍경의 속살을 뒤집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다큐 3일’ 애청자라면 저 문장을 읽은 뒤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매주 일요일 밤 10시40분에 방영되는 ‘다큐 3일’은 담백한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매주 어떤 장소를 찾아가 그곳에서 사는 이웃들 이야기를 3일간 카메라에 담는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인데도 적잖은 울림을 선사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다.

책은 ‘다큐 3일’ 방송 1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다큐 3일’이 처음 전파를 탄 날짜는 2007년 5월 3일. 전남 무안장터의 사람들 스토리를 전한 게 신호탄이었다. 제작진은 이곳을 시작으로 10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오늘’을 기록했다.

‘다큐 3일’이 남긴 진기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회 촬영분이 각각 72시간(3일)에 달하는 만큼 10년간 3만6000여시간(1500일)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프로그램을 거쳐 간 PD는 67명이나 되고 작가는 24명, VJ는 78명에 달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시민은 5000명이 넘는다. 내레이션을 맡은 유명인도 한두 명이 아니다. 가수 성시경 토니안 박정아, 배우 유인나, 아나운서 황정민…. 특히 배우 안정훈은 111번이나, 가수 유열은 60번이나 내레이션을 맡아 방송을 이끌었다.

‘사랑하면 보인다’에는 ‘다큐 3일’이 소개한 장소 500여곳 중 100곳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제작진은 각 챕터마다 사진과 함께 방송에 소개된 내용 일부를 글로 옮겼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곳은 서울 노량진 고시촌이다. 제작진은 이곳을 ‘어른들의 새로운 입시촌’으로 규정하면서 컵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 풍경을 전한다. 이곳에서 만난 ‘청춘의 끝자락을 통과하고 있는 한 고시생’은 이렇게 말한다. “먼 훗날 이때를 돌아봤을 때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었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적은 없었어’라고 말할 거예요.”

노량진 고시촌 외에도 제주 서귀포 해녀학교, 서울 아현동 웨딩거리, 경기도 평택 국제중앙시장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제작진은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삶이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는 특별한 어딘가를 찾아가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장소를 가만히 바라만 봐도 좋을 겁니다. 그렇게 한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