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만남 성사될까

입력 2017-05-09 18: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동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여건이 되면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고 만난다면 영광(honored)”이라고 말해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이 9일 새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하면서 양측 간 막후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과 북한은 8일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1.5 트랙’(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인) 차원의 비공식 접촉을 갖고 있다.

교도통신 보도는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미국은 군사행동부터 직접 대화까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으나 현재로서는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이나 제재에 반대하며 북·미 간 대화를 강조해 왔다.

교도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시키지 않으며, 38선 이북으로 진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미 지난 3일 국무부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요컨대 북·미 간 직접 대화나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켜야 한다. 미국이 제시한 조건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최소한 현재 수준에서 더 이상 개발을 진전시키지 않고,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 의지를 밝혀야 한다. 북한이 이 조건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외교부 당국자도 교도통신 보도와 관련해 “미국이 확인해줄 사항이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북핵 및 북한 문제와 관련한 어떤 결정과 조치에 있어서도 사전에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임을 거듭 강조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 역시 “북한은 중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에 공조하는 모습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북·중 관계가 좋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중국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