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듀오 “어게인! 1983”

입력 2017-05-10 05:00
백승호(왼쪽)가 지난해 11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6 수원 컨티넨탈컵 U-19 국제축구대회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이승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와 이승우는 오는 20일 개막하는 U-20 월드컵에서 ‘신태용호’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시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이 출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뒷줄 왼쪽 두 번째가 김종부, 네 번째가 신연호. 대한축구협회 제공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 세계 축구의 변방이었던 한국은 ‘영혼의 공격수 듀오’ 김종부(52·경남 FC 감독)와 신연호(53·단국대 감독)를 앞세워 4강 신화를 썼다. 해외 언론들은 붉은 유니폼을 입고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던 한국 대표팀에 ‘붉은 악마’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

이번엔 ‘신태용호’가 꼭 10일 앞으로 다가온 2017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34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 나선다. 선봉엔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20·바르셀로나 B)와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선다.

34년전 신화창조의 주역 김종부-신연호 듀오

축구 팬들은 멕시코 대회를 김종부와 신연호라는 걸출한 두 스타를 배출한 대회로 기억한다. 단짝이자 라이벌이었던 둘은 대표팀의 투톱으로 활약하며 불굴의 투지와 화려한 기술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박종환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코틀랜드에 0대 2로 패했지만 2, 3차전에서 멕시코와 호주를 각각 2대 1로 제압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이어 8강전에서 우루과이마저 2대 1로 꺾고 4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대표팀은 4강전에서 브라질에 1대 2로 패해 결승에 오르진 못했지만 세계 축구계에 한국 축구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 줬다.

당시 김종부는 2골 2도움을 올리며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전반전 선제골을 터뜨려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당시 박종환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 없으면 종부에게 패스하라”고 했을 정도로 김종부를 신뢰했다. 신연호도 멕시코전에서 1골을 터뜨린 데 이어 우루과이전에서 2골을 몰아쳐 한국의 4강 진출 주역이 됐다.

백승호-이승우 듀오는 선배들 길 밟을까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백승호와 이승우는 ‘신태용호’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다. 둘은 ‘스타 등용문’인 이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34년전 선배들처럼 한국의 4강을 이끌고,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감도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좌우 날개로 활약할 둘은 지난 3월 U-20 월드컵 테스트 이벤트 성격으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진가를 펼쳐 보였다. 백승호는 온두라스전과 잠비아전에 연속골을 넣고, 이승우는 온두라스전 도움에 이어 잠비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특히 백승호는 8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연습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한국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18∼20세 선수들이 어우러진 신태용호는 두 공격수를 중심으로 원 팀이 됐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하나가 된 팀이 가장 강한 팀”이라며 “지금 우리 팀은 원 팀으로 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기적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려 한 자리에 모인다. 2017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6시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개막식에 1983년 4강 쾌거를 이끌었던 박종환 전 성남 감독과 선수로 활약했던 김종부 감독, 신연호 감독, 이태호 전 대전 시티즌 감독 등을 초청했다. 이들은 개막식 참석에 이어 한국와 기니의 1차전도 관전하며 리틀 태극전사들을 응원한다.

상대팀도 진용… 유럽리그 선수들 다수 참가

한국은 20일 기니와의 A조 개막전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23일·전주), 잉글랜드(26일·수원)와 조별예선을 치른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8일(현지시간) 21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첼시 공격수 도미니크 솔란케(20)와 미드필더 조시 오노마(20), 수비수 카일 워커-피터스(20·이상 토트넘) 등 상당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들로 구성돼 만만히 볼 수 없다. 다만 지난 3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던 마커스 래시퍼드(20), 악셀 튀앙제브(20·이상 맨유)와 패트릭 로버츠(20·셀틱) 등 스타급 선수들이 불참한 것이 다행스럽다. U-20 월드컵은 구단의 선수 차출 의무가 없다. 아르헨티나 최종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에세키엘 폰스(20)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 그라나다의 주전 공격수인 그는 이번 시즌 총 27경기에 출장해 2골을 넣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