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된 이래, 21세기의 새로운 트렌드를 일컫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지칭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결합에 의해 가능하게 되는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 산업혁명에 비해 더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1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바꾸는데 100년이 넘게 걸렸지만 2차 산업혁명은 50년 만에, 3차 산업혁명은 현재 20년도 걸리지 않은 것을 볼 때,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가가 미래에 생존하는 필수요소가 될 전망이다.
공급과 생산기술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에 의한 소비자 중심의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가운데 서비스산업이 큰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금융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맥킨지에 의하면 2025년 세계 은행업 전체 매출은 2016년 대비 40% 감소하고 이익은 6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출 감소의 주요원인은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가피한 수수료 감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의 창구 이용 비중은 10.9%에 불과한 반면, 인터넷, 모바일뱅킹은 42.1%, CD·ATM 35.7%, 텔레뱅킹 11.3%로 나타났다. 10년 전 창구 이용비중이 30%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저금리와 저성장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전통적인 수익채널로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다양하고 중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보다 싸고 질 좋은 금융서비스를 찾아 언제든 움직일 것이다.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을 비롯한 거대한 정보기술기업들이 지급결제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은행업까지 그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영역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은행은 금융기관과의 경쟁뿐 아니라 비금융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금융디지털화의 핵심은 거래비용과 위험의 감소이다. 이를 위해 우선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의 소통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개인별 맞춤서비스 공급이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실시간 대응을 통해 거래의 편리성과 안전성이 강화된 서비스의 개발이 절실하다. 로보어드바이저같이 빅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인공지능이 알아서 맞춤형으로 자산관리해주는 첨단서비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은행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배타적인 업무형태를 벗어나야 한다. 거액을 들여 차세대 정보통신시스템으로 교체해봐야 빅데이터가 칸막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보다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빅데이터는 그 명성에 비해 실제 활용도가 유효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빅데이터의 구축과 분석, 활용에 관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속도감 있는 대응이 아쉽다. 금융업의 속성상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트렌드에 금융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제를 업데이트하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시평-차은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
입력 2017-05-09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