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 전 금융시장에는 ‘트럼프 공포’가 팽배했다. 대놓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해온 월가 큰손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가가 10% 이상 폭락할 것이라는 악담을 내놨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선이 확정된 첫날 뉴욕 증시를 비롯,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증시는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후 가파른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며 올 1월 말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 2만선을 넘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트럼프 정책들이 미국 경제를 부양시킬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해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사회가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에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라고 한다. 달콤한 신혼여행에 빗댄 것이다. 약세장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현상은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라고 한다. 약세장을 뜻하는 베어마켓과 상승장세를 의미하는 랠리가 합쳐진 말이다. 주식시장에서 곰(bear)은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를 취한다 해서 하락장을, 황소(bull)는 뿔을 위로 치받는다고 해서 상승장을 의미한다.
미국 대통령 취임 한 달간 다우지수 성적표를 보면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1905년 6.55% 올라 1위다. 다음은 윌리엄 매킨리(5.58%), 윌리엄 태프트(5.07%) 순이었다. 트럼프는 5위(4.02%)다.
우리나라는 1987년 직선제 이후 6명의 대통령 중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 한 달 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4.08%로 가장 높았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외환위기 여파에도 18.5% 올랐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때는 각각 10.26%와 6.81% 하락했다.
그제 코스피가 연 이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290선을 돌파했다. 사상 최고 주가에서 출발하는 새 대통령이 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내 임기 내내 국민들과 허니문을 이어갔으면 한다.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한마당-이명희] 허니문 랠리
입력 2017-05-09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