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식품만 놓고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물가 상승이 급격한 국가로 분류될 정도다. 정권교체기를 틈탄 식료품 가격 인상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첫 과제가 식품 물가 안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OECD의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한국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OECD 평균 물가상승률(2.3%)이나 주요 7개국(G7) 국가(2.3%)와 비교하면 소폭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의식주의 한 축인 식품이 문제다. 한국의 3월 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이 0.9%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를 훌쩍 넘어선다. OECD 35개국 중 터키(12.5%) 라트비아(5.4%) 체코(4.4%) 멕시코(4.2%) 에스토니아(4.0%) 칠레(3.7%)에 이어 7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식품 물가 상승 추이가 장기간 이어진 것도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됐다. 당시 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2.9%로 떨어진 지난 2월을 제외하면 매달 3% 이상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식품 물가가 오른 대부분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최근 3∼4개월 정도만 오름세를 이었다.
유독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세가 장기간 고공 행진한 이유로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꼽힌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달걀의 경우 1∼3월 사이 매달 전년 동월 대비 40∼60%의 가격이 오르며 식품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
당분간 AI 여파가 이어진다는 전망에 향후 물가도 걱정이다. 지난달 28일 개최한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는 달걀 가격이 내려가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경기회복세라는 물가 인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처럼 정권교체기의 공백을 틈타 기습 가격 인상을 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8일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7개 제품 편의점 판매 가격을 7.5% 기습 인상했다. 맥주가격은 이미 올린 상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이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차기 정부가 조기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정권교체기 치솟은 식품 물가… 장보기 겁난다
입력 2017-05-0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