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과 현대무용은 예술 장르 중에서도 관객에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다. 언어나 문자로 표현되지 않는 만큼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감을 활짝 열어놓으면 그 소리와 움직임과 감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 소통의 문을 한번 열기만 하면 금세 내밀한 즐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5월 클래식과 무용 애호가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두 축제가 잇따라 관객을 찾아온다. 16∼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등에서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17∼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극장에서 열리는 국제현대무용제다.
12회째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음악을 통한 우정’이라는 모토를 걸고 2006년 시작됐다. 국내에서 열세인 실내악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상급 연주자들이 앞다투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정치 외교적 문제로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평화를 노래하기 위해 ‘아시아’라는 주제를 잡고 16번의 공연을 마련했다.
50여명의 참가 아티스트 가운데 한국에서는 조영창 김영호 등 단골 연주자와 노부스 콰르텟 선우예권 김봄소리 최나경 등 젊은 스타들이 참여한다. 이외에 중국의 사첸과 일본의 스와나이 아키코, 다케자와 교코, 즈즈미 즈요시, 대만의 훙웨이 황, 홍콩의 트레이 리 등 동북아 대표적인 아티스트들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피아니스트 사첸은 지난 3월 중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공연이 취소됐던 백건우를 대신해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 클래식한 프로그램 외에 자주 연주되지 않았던 아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강석희, 브라이트 솅, 리핑 왕, 호소카와 다케미츠 등의 작품이 연주된다.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로 올해 36회째인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는 ‘헬로, 마이, 라이프?!’를 주제로 내세웠다. 총 7개국 31개 단체 186명의 아티스트들이 관객을 맞는다.
개막작은 영국 대표 현대무용단 발렛보이즈의 ‘라이프’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무용수로 활동한 마이클 눈과 윌리엄 트레빗이 2000년 설립한 단체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작품을 만들어왔다. 폐막작은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의 ‘하늘의 말들’이다. 이스라엘 테크노음악 선구자 중 하나인 음향예술가 오리 리치틱의 타악 음향이 역동성을 더한다.
벨기에 안무가 안나 닐슨과 사라 르메이어의 ‘만료일’은 소진되는 삶을 춤 연극 저글링 애크러배틱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탈리아 마티니댄스컴퍼니의 ‘스카라베오: 각도와 공간’ 미국 안무가 린지 르네 데리의 ‘외딴 몸’도 주목할 만하다.
국제공동작업으로는 한국의 고블린 파티와 덴마크 무용단체 포스워크가 협업한 ‘은유적 손’을 선보인다. 호흡과 손을 이용한 흥미로운 안무작업이다.
국내 안무가들도 빠질 수 없다. 원로안무가 최청자 이숙재 전미숙, 중견안무가 류석훈 김영미, 신진안무가 김보라 이동하 정수동 전혁진의 무대가 관객을 기다린다. 신인 안무가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스파크 플레이스’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최은지 이현경 손민 권혁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실내악·무용 매력에 푹 빠져볼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국제현대무용제
입력 2017-05-09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