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마린 르펜(48·사진)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유력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펜이 2012년에 이어 ‘재수’ 끝에 기성 정당 후보들을 제치고 결선에 오른 것 자체가 파란이었다는 반응이 많다. 아울러 르펜이 5년 뒤 ‘삼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르펜은 벌써부터 오는 6월 총선에 대비해 자신이 이끌어 온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추스르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르펜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 대선을 통해 제1야당으로 거듭났다”며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고, 쇄신을 통해 FN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비난의 대상이 돼 온 극우정당은 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명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색깔 탈색을 통해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뒤 이를 발판으로 다시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한편 르펜의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반세계화 주장에 우려를 표명해 온 국제사회는 그녀의 패배가 포퓰리즘이 저무는 신호가 되기를 바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르펜의 패배는 영국을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키고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킨 포퓰리즘이 유럽에서 저문다는 신호”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르펜의 ‘선전’이 극단적 포퓰리즘 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함을 방증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프랑스 경제가 회복되고 테러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르펜의 전략이 계속 먹힐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지고도 웃은 르펜… 정치판 혜성, 존재감 과시
입력 2017-05-09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