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접촉을 재개하면서 양측 간 대결 국면 전환을 위한 탐색전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월 한반도 위기설’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가 나온 이후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분위기 파악 성격이 강하다.
최선희(사진)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 일행과 미측의 전 유엔주재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민간 전문가들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8∼9일 만난다고 일본 언론 등이 보도했다. 최 국장 일행이 7일 미국 민간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해 유럽으로 떠났다고 보도한 데 이은 후속 보도다. 일본 TBS방송은 “이번 만남은 지난해 가을 계획됐고, 북한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전했다.
양측의 만남은 정부 당국자들의 공식 회동(1트랙)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접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3월 최 국장을 비롯한 북한 당국자들은 미국 뉴욕에서 1.5트랙(반민반관) 협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무산된 후 양측의 접촉은 없었다.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 대북정책 기조가 발표된 이후라는 점에서 서로의 속내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전 의미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새 대북정책 발표 이후 ‘적절한 상황’을 전제로 한 북한과의 대화를 잇따라 언급했다.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전제로 하는 적절한 상황의 범위나 발언 배경에 대한 진의를 파악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정부가 나서는 부담을 덜면서 상대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양국 입장에선 서로의 본심을 확인할 필요성이 높아져 왔다”고 말했다.
잇따른 무력시위와 강경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됐던 4월이 지나간 데다 한국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만남에 무게를 더한다. 과거 북·미 관계는 긴장을 최대로 끌어올린 이후 대화 국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 차기 정부 출범을 국면 전환 시점으로 봤을 가능성도 있다.
5월 들어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것 역시 새 정부 출범을 의식한 것이란 평가다. 노동신문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에도 ‘북남 대결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는 논설에서 “남북의 화해와 단합으로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하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요구”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이번 만남에 대해 “미국 정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미 정부는 1.5트랙 대신 ‘2트랙’(민간 채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중국을 내세워 대북 제재·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도 “미 정부가 무관하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北-美, 1.5트랙 대화 재개… 국면 전환 탐색전
입력 2017-05-08 18:18 수정 2017-05-08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