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투표로또’ 개발자 윤병준씨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끄는 게 목표”

입력 2017-05-08 19:44 수정 2017-05-09 00:52

지난 4, 5일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터넷 공간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키워드는 ‘국민투표로또’다. 투표소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손등에 투표 도장이 찍힌 사진 등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투표 인증샷’을 보내면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원을 주는 이벤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할 법한 이 이벤트는 사실 청년 개발자와 웹디자이너 7명이 합심해 만들었다. 이들 중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병준(31·사진)씨를 8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윤씨는 “국민투표로또 이벤트에 많은 분이 호응해주시고 재밌어 해주셔서 동료들 모두 신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로또 아이디어의 시작은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었다. 유 작가는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7일 JTBC 프로그램 ‘썰전’에서 “투표율을 높이려면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효과적인 제도가 있을 것 같다. 투표 로또”라고 말했다.

윤씨는 유 작가의 아이디어가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윤씨는 LG유플러스를 그만두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씨는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에게 유 작가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다들 “재밌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총선이 끝난 직후라 “다음 대선 때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서 1년 전 윤씨 제안에 “재밌는 생각”이라고 했던 친구 6명이 모였다. 윤씨는 “저도 정치를 잘 모르는 소시민이었는데, 우리 이벤트를 통해서 국민들이 선거에 더 관심을 갖게 하고 투표소까지 발걸음을 하게 하는 게 우리 목표의 최대치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유 작가도 이메일을 통해 “시민의 정치참여를 북돋우는 실험에 응원을 보냅니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투표로또의 상금은 후원금으로 만들어진다. 후원금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795만원 모였다.

윤씨는 “저희가 공인받은 기관도 아닌데 생각보다 후원금을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5959원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다”며 “‘오구오구’라고 읽을 수 있는데 마치 우리에게 ‘우쭈쭈’ 응원해주는 어감이어서 기억에 남아요”라고 회고했다. 윤씨가 일하는 스타트업 ‘다노’의 대표도 윤씨가 나온 기사를 보고 “정말 잘했다”며 후원금을 냈다.

윤씨는 동료 6명과 함께 다음 총선, 대선 때에도 국민투표로또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앱 등의 개발을 통해 세상에 조금 더 좋은 역할을 하는 게 인생 목표”라면서 “앞으로 여성 안전이나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개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윤성민 손재호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