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후보 괴롭힌 ‘의혹 키워드’… 22일간 서로 찌르고 찔렸다

입력 2017-05-09 05:01

5당 후보들은 5·9 대선 22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중 크고 작은 시련을 겪었다. 각 후보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키워드는 ‘문준용’ ‘패권’ ‘김미경’ ‘초등학생’ ‘돼지흥분제’ ‘배신자’ ‘사표’ 등으로 요약된다. 각 후보의 지지층이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다보니 후보 간 급소를 찌르려는 공격이 격해졌다는 평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8일까지도 아들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에 시달렸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은 선거 기간 내내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채용을 둘러싼 의혹을 ‘제2의 정유라’ 사건으로 규정하고 각종 추가 의혹을 쏟아냈다. 문 후보는 “(아들이) 자기 능력으로 취업했고 제가 특권을 행사한 바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경쟁 후보들의 공격은 계속됐다. 문 후보는 집권 후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패권’ 세력이 문 후보 당선 이후 득세할 것이라는 경쟁 후보들의 공세도 선거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1+1 채용’ 의혹 제기에 시달렸다. 1+1 채용 의혹은 서울대가 안 후보를 융합기술대학원장으로 영입하면서 김 교수까지 함께 채용하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전문직 여성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교롭게 이 의혹 제기를 전후로 안 후보 지지율도 타격을 입었다.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향해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따져 물은 점도 논란이 됐다. 안 후보는 네거티브 공격의 배후에 문 후보 측이 있다는 주장을 펴려 했으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은 “초등학생 같았다”고 맹비난했다.

홍 후보는 이른바 ‘돼지흥분제’ 사건으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성폭행 미수 공동정범’이라는 말로 코너에 몰려 여러 차례 사과해야 했다. 홍 후보가 2005년 펴낸 자서전에 대학시절 동료들과 함께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유혹하려는 친구를 위해 돼지흥분제를 구해줬다는 내용이 담긴 게 문제였다. 게다가 홍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결혼을 반대한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표현하는 등 그의 막말도 타깃이 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배신의 정치’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 후보는 유 후보를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고도 배신해서 탄핵에 찬성했다”고 비난했다. 유 후보는 선거 전 초반에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범보수 단일화에 나서라는 당 안팎의 압박에 시달렸으며 최근 바른정당 의원 일부가 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심상정 찍으면 사표(死票)된다’는 프레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진보 진영의 승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받았으나 TV토론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이런 논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