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날개’ 달고 코스피 날았다… 2300 시간문제
입력 2017-05-09 05:00
코스피의 질주가 거침없다. 삼성전자의 폭발적 상승세를 등에 업고 2290선을 돌파하며 또 새 역사를 썼다. 전인미답의 2300 고지를 눈앞에 뒀다. 투자자산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몰려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대이동)’이 시작됐다는 낙관적 전망도 쏟아진다. 하지만 찬사에 가려 있던 대외 리스크가 돌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8일 코스피지수는 51.52포인트(2.3%) 오른 2292.76에 장을 마쳤다. 2.96% 올랐던 2015년 9월 9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장 초반 강보합 흐름을 유지하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삼성전자가 급등하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5401억원, 기관은 851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663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3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은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7만5000원(3.3%) 오른 235만1000원에 마감하면서 9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 메리츠종금증권(2.57%), NH투자증권(1.82%), 유진투자증권(0.9%) 등 증권사 주가도 52주 신고가 행진을 벌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았던 아모레퍼시픽(6.39%), LG생활건강(3.28%), 한국콜마(2.26%), 코스맥스(1.34%) 등은 동반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대장주 셀트리온(5.22%)이 실적 호조 전망에 급등한 데 힘입어 1.3% 오른 643.39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원 하락한 1131.4원에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에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지난 3일 기준 906억72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315억7800만 달러)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자금 유입은 17주 연속으로 지속됐다.
주요국 증시도 호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들어 선진 5개국(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노르웨이)과 신흥 8개국(멕시코 아르헨티나 헝가리 터키 이집트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의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코스피가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IBK투자증권 김정현 연구원은 “새 정부의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우리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환율 갈등, 북한 도발 등 잠복했던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향후 하락장에 투자하는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4일 기준 71조8385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김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지수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사상 최고치 경신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