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보다 높은 사양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은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하는 추세다.
업체들은 각종 첨단·편의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하거나 상위 사양을 하위 트림에까지 확대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성능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성비 제고 전략은 고급·고성능 신차를 내놓거나 기존 모델을 고급·고성능화하는 프리미엄 전략과 맞닿아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준중형 해치백 i30 3세대 모델 ‘2017 i30’는 이런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는 2017 i30 가솔린 1.4 터보 모델을 1800만원대인 스타일 트림과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등 선호도 높은 사양을 기본화한 프리미엄 트림으로 이원화했다.
스타일 트림에서는 기존 상위 트림(모던)에 적용했던 고급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기본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상위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던 첨단·편의사양을 최저 트림에서부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한 ‘마이 핏’ 옵션 프로그램도 새롭게 적용했다.
가솔린 1.6 터보 모델은 스포츠 프리미엄 트림으로 단일화하면서 8인치 내비게이션,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조향 연동 후방 카메라 등을 기본 적용했다. 기존 2225만∼2515만원이었던 가격은 그 중간 수준인 2470만원으로 통일했다. 최저가보다 245만원 오르고 최고가 기준으로는 45만원 내린 셈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최근 플래그십 세단 EQ900의 2017년형 모델(2017 EQ900)을 출시하면서 상위 모델 사양을 하위 모델에도 확대 적용했다. 5.0 모델에만 적용하던 프라임 나파 가죽 내장재와 리얼 메탈 내장재를 하위 트림인 3.8 모델과 3.3 터보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에도 적용하는 식이다. 고급스러움을 주기 위해 엔진 커버와 아날로그시계의 제네시스 로고는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이런 가성비 전략은 수입 브랜드보다는 국내 브랜드가 적극적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과 사양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구매 기준이 달라지면서 가격대별 판매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같은 차급, 비슷한 사양이라면 돈을 더 주더라도 수입차를 사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차급이 낮거나 안전·편의 사양이 적어도 수입차 쪽으로 기우는 편이다.
국내 브랜드 간 경쟁에서도 가성비는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차급이나 비슷한 사양이라면 가격이 낮은 쪽을, 같은 가격이라면 차급이나 사양이 높은 쪽을 고르는 게 고객의 심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8일 “수입 브랜드와의 경쟁이든 국내 브랜드 간 경쟁이든 같은 차급이라면 가격이 아주 낮거나, 같은 가격이라면 사양이 월등해야 한다”며 “이런 가성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 불꽃 튀는 가성비 경쟁
입력 2017-05-08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