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위한 영화 함께 만들고 싶어요”

입력 2017-05-09 00:00
정병욱 원현지 집사 부부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영화 만들다보면 계획하고 계산한대로 되질 않습니다. 개봉 직전에 영화가 엎어지기도 하죠. 한 작품이 기획 제작 배급 등의 과정을 거쳐 스크린에 올라가는 것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프로듀서 정병욱 집사)

“배우로서 작품을 만나고 연기를 준비하며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온갖 변수와 난관들 속에서 모든 것을 경영하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뿐임을 느끼게 됩니다.”(배우 원현지 집사)

영화 프로듀서와 배우로서 부부의 연을 맺은 정병욱(47) 원현지(37) 집사는 각자의 분야에서 만난 하나님을 고백했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지난 2일 만난 부부에게선 ‘열 살’의 나이 차를 메우고도 남을 신앙적 유대감이 엿보였다. 원 집사는 “부부로 살아온 2년여 동안 여러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가장 반가운 것은 ‘평생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갈 사람이라는 점’이었다”며 웃었다.

20년차 프로듀서와 17년차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은 “결혼을 통해 서로가 최고의 조력자이자 냉철한 조언자를 만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집사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대한민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2014년을 회상했다. ‘명량’은 배우 최민식 등이 열연을 펼치며 최단기간 1000만 관객 돌파,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순위 1위(1761만명) 등 한국영화사를 새로 썼다.

“어딜 가든 최고의 대접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우쭐하기도 했죠. 그런데 한편으론 두렵더군요. 이게 과연 내가 받을 영광인가. 인간적인 욕심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당시 예비신부였던 아내에게 부탁했죠. ‘나보다 신앙이 견고한 당신이 날 잡아줘야 해. 내게 교만한 모습이 보일 때 꼭 얘기해줘요’라고요.”

원 집사의 신앙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음주 문화에 익숙한 비기독 예술인들에게 교회 결혼식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란 고민 때문이었다. 정 집사는 “당시 하객들의 주초(酒草)문제를 고민하며 호텔이나 일반 예식장을 따로 알아보기도 했다”면서 “아내가 ‘부부로서 하나님 앞에 약속하는 결혼식인데 다른 것들을 따지다보면 본질이 흐려질 것’이라고 해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백했다. 결국 결혼식은 정 집사가 출석하던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동숭교회(서정오 목사)에서 진행됐다.

원 집사는 “캐릭터와 연기가 지향해야 할 것을 제시해주는 ‘등대’ 같은 동역자”라고 남편을 소개했다. 프로듀서로서 정상급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다보니 ‘배우 원현지’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조언해준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두 사람이 프로듀서와 배우로서 처음 함께한 작품이다.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에 대한 욕망을 그렸다. 이번 작품에서 원 집사는 변종구의 스타일리스트 역을 맡았다.

“남들은 국민배우 최민식과 명량 제작진의 재결합에 관심을 보이지만 제겐 영화 속 변종구의 넥타이를 매주는 작은 역할을 위해 배우 원현지가 얼마나 깊이 연구하고 표현해내는지가 최대 관심사였어요.(웃음)”

크리스천 예술인으로서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두 사람은 하나의 소망을 이야기했다.

“저의 신앙적 고백이 담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그 영화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통하게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죠.”(정 집사) “그 고백을 제 연기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소통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연기를 더 갈고 닦아야겠네요.”(원 집사)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