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4·미래에셋)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 해인 2015년 4월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 기적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빨간바지를 입고 나선 마지막 날 공동선두로 나선 18번홀에서 김세영은 티샷을 물에 빠트렸다. 더군다나 상대는 ‘골프여제’ 박인비. 박인비는 그린 위에서 홀컵에 공을 10㎝ 지점에 붙여 파를 예약했다. 한 벌타를 먹고 친 김세영의 샷은 그린에 못 미치며 홀과 6.5m나 차이가 났다. 사실상 우승의 향방이 결정된 상황. 그런데 김세영이 칩샷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결국 환상의 샷이글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후 많은 팬들이 김세영하면 ‘빨간바지의 마법’과 ‘역전의 여왕’을 떠올렸다. 김세영은 데뷔 첫 해 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그런데 올해 빨간바지의 마법이 잊혀졌다. 올 시즌 출전한 7개 대회에서 ‘톱10’에 단 한차례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에서 단독 3위에 올랐지만 이후 4개 대회 연속으로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급기야 지난달 말 열린 텍사스 슛아웃에서는 1라운드 6오버파라는 극심한 부진으로 컷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심기일전하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이 대회에 앞서 3주간 휴식을 취한 뒤 나온 대회라 충격이 더욱 컸다.
하지만 부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LPGA 투어에서 5년만에 부활한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마지막 날 빨간바지를 입고 특유의 승부근성을 발휘하면서 오뚝이처럼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8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멕시코 골프클럽(파72·680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최종일 결승에서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을 한 홀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승과 함께 지난해 6월 마이어 클래식 우승 이후 약 11개월 만에 투어 통산 6승째를 거뒀다. 김세영은 이날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12위에서 4계단 오른 8위에 이름을 올렸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김세영, ‘빨간바지의 마법’ 재현하다
입력 2017-05-08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