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고신 “교역자, 권위의식·잘못된 특혜 포기한다”

입력 2017-05-09 00:00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새겨진 독일 비텐베르크 성교회의 문. 국민일보DB
마르틴 루터가 1517년 게재한 95개조 반박문은 그릇된 신앙관 및 생활습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종교개혁의 출발점이 됐다. 이는 복음의 확산으로 이어졌고 한국교회의 부흥 역시 그 열매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열매의 일부분이 병들어 갔고, 교회는 다시금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교계에서는 혁신을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장 배굉호 목사)은 최근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목사부부수양회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개혁을 위해 실천해야 할 선언문을 발표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가 타락했음과 또 한 번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실천과제는 성경과 교리, 성도의 생활, 목회와 교역자, 총회와 노회, 교회와 직분, 대학과 신학교, 연합회와 사역, 기독교와 윤리, 창조와 환경보존, 성도와 가정, 성도의 사회생활 다음세대와 교육, 사업과 직장생활, 선교와 전도 등 14개 분야로 나눠 총 95개 조항으로 제시됐다.

먼저 전적으로 성경에 의존한 신앙생활을 할 것을 당부했다. 4항에서는 성경에 입각한 건전한 교리를 수호하고 가르치는 일에 더욱 힘쓰고, 이단적 가르침을 단호히 배격할 것을 권면했다. 8항에서는 그간의 신앙의 행위들을 점검해보고 성경에 비춰 올바르지 않은 것은 반드시 제거할 것을 권했다. 올바르지 않는 행위의 예로 송구영신예배에서 말씀카드 뽑는 것을 들었다. 자칫 미신적 행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서다.

목회자들에게는 권위의식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20항에서는 교역자는 목회가 개인의 영달과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개인적으로 그 직위를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성도들의 모범도 강조했다. 69항은 ‘성도의 가정은 아픔과 상처가 많은 이 시대에 본이 돼야 하며 거룩한 성경적 가정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힘쓸 것’을 주문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통합과 건전한 일터문화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도 권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지역, 이념, 계층, 신분 등으로 서로 나누고 배제하는 입장에 서지 않고 포용하고 사랑하기(73항), 고용인의 복지와 임금을 정당하게 지불하며 인격을 존중하는 사업자가 되기(84항), 세속적인 접대, 향응 문화를 거절하고 깨끗한 경영에 힘쓰기(87항) 등을 주문했다.

선교와 전도를 할 때 발생하는 고질적 폐단을 지적하며 이를 피할 것도 당부했다. 91항에서는 ‘선교와 전도의 지원과 비용사용에 있어서 자칫 범할 수 있는 혈연 및 지연 등의 온정주의를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면했다.

배굉호 총회장은 “500년 전 루터가 지적한 문제를 답습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부디 죄를 자복하고 개혁의지를 높여 건강한 교회로 회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선언문을 발표하게 됐다”며 성도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