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리그 ‘오심’ 얼룩… “심판 업그레이드하라”

입력 2017-05-09 05:02
지난 7일 열린 강원 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볼이 강원 김경중의 팔에 먼저 맞은 다음 인천 채프만의 손에 닿았다(왼쪽부터). 하지만 심판은 강원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KBS 화면 캡처

이번 시즌 프로축구에서 유난히 오심 논란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비디오 판독이 도움이 되겠지만 심판의 폐쇄적 구조를 바꾸고 인력 풀을 넓히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일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 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경기. 인천이 1-0으로 앞서 있던 후반 30분. 인천 문전으로 날아온 패스가 강원 김경중의 팔에 맞은 뒤 인천 채프만의 손에 닿았다. 그런데 심판은 채프만의 핸드볼 파울을 선언했다. 인천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강원 황진성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강원 디에고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며 1대 2로 패했다.

경기 후 김석현 인천 단장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는 “비통하다”며 말문을 연 뒤 “인천은 5경기 연속 오심 피해를 봤다. 올해처럼 이렇게 심한 오심의 반복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오심을 한 심판은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 오심이 K리그를 죽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9일 열린 FC 서울과 광주 FC의 3라운드 경기에서도 결정적 오심이 나와 기영옥 광주 단장이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 시즌 오심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는 경험 많은 심판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베테랑 심판들이 비리 사건으로 징계를 받아 현장에서 물러났다. 경험이 부족한 심판들이 다수가 되다 보니 오심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판 풀이 적은 것도 문제다.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8일 “활용할 심판들 인력 풀이 적다 보니 심판진 내부에 기득권 세력들이 포진하면서 인력 구조가 폐쇄적으로 변했다”며 “젊고 유능한 심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올 하반기 도입될 비디오판독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심 심판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VAR)를 빨리 도입하는 것이 추가적인 오심을 막을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VAR은 득점과 페널티킥, 퇴장 등 결정적인 상황의 판단을 돕는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심판들도 오심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VAR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축구계에서는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비디오 판독에 의존하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많다. 비디오 영상만으로는 반칙의 고의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판의 재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심판들이 판정에 소극적이 되면 리그의 발전이 퇴보되고 흥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이 대세라 하더라도 이와 별도로 심판의 실력을 키워야 오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