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기업-北 제재 대상 기업 ‘핵·미사일 커넥션’

입력 2017-05-09 05:00
북한이 평양시 외곽에 설치했던 청와대 모형 건물(왼쪽 노란색 점선 안)에 포격을 가해 완전히 무너진 모습(오른쪽 점선 안)이 8일 위성사진으로 공개됐다. 왼쪽은 지난해 10월 모습이고, 오른쪽은 지난달 22일 포격훈련 이후 모습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청와대 모형 왼쪽에 대전차 미사일 시험장으로 보이는 트랙(흰색 실선 안)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구글어스, 뉴시스

중국의 한 국영기업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국영기업과 9년간 원자로·미사일 재료를 공동 개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를 대북 제재의 허점을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도입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핵에너지 국영기업인 리막(Limac Corp)은 2008년 북한의 연봉총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휴대전화, 컴퓨터, 원자로, 미사일 재료 등에 쓰이는 특수광물을 채굴하기로 했다.

리막과 연봉총회사의 합작회사 설립은 2008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았으며, 두 회사의 제휴기간은 20년이었다. 합작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공산당 간부 출신인 우얀 리막 회장이 맡았다. 강원도에서 탄탈륨, 니오븀, 지르코늄 등 특수광물을 주로 채굴한 합작회사의 구체적인 실적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리막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1년 두 회사 임원들이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 위해 회동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2013년에 압록강변 도시 단둥에 합작회사 사무실이 개설됐으며, 2014년에는 리막 직원 14명이 회사 비용으로 북한을 여행했다.

연봉총회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 활동과 관련해 2005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유엔도 2009년 같은 이유로 제재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연봉총회사의 중국지사 소속 직원 2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 의회가 지난해 제정한 대북제재법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외국 기업도 제재토록 하고 있으며, 제재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리막은 제재를 받은 적도, 의회에 통보된 적도 없다.

리막은 자사를 주로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 제조사로 소개하고 있으나 2013년에는 미국지사를 통해 캐나다의 원자로 부품을 수입하는 등 핵에너지 사업도 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데이비드 애셔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핵에너지 기업이 북한의 제재 대상 기업과 공공연히 협력사업을 벌이고도 그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리막과 연봉총회사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합작회사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은 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3일 국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중국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이행을 시사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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