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우·극좌 모두 거부한 프랑스 대선이 시사하는 것

입력 2017-05-08 17:21 수정 2017-05-08 21:05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세대교체와 시대교체를 절묘하게 충족시킨 결과다. 프랑스 국민들은 극우와 극좌의 이념적 극단을 거부하고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를 이끈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마크롱 나이가 올해 서른아홉으로, 프랑스 정치는 명백한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평가할 만하다. 프랑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 심각한 나라다. 신임 마크롱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선거 결과를 ‘프랑스의 승리’라고 강조한 뒤 “국민통합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힌 점도 이런 상황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된다.

앙마르슈는 불과 창당 1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의석이 하나도 없는 신생정당이다. 이런 정당의 젊은 지도자가 사회당과 공화당이라는 59년 양당체제를 무너뜨렸다. 이유는 명백하다. 집권 사회당은 실업난 등 경제적 문제와 테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야당인 공화당은 각종 부패사건에 연루되면서 국민 불신이 커졌다. 결국 프랑스 국민들은 투표로써 무능한 진보 여당, 부패한 보수 야당 모두를 거부하고 폭넓은 정치 이념과 제3의 길을 제시한 마크롱에게 미래를 맡긴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도 그동안 공고했던 양당체제가 다당제로 변해가고 있으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변화를 무시하긴 쉽지 않다. 아직은 기성 정치판을 뒤엎을 정도로 힘을 키워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 정치권도 이미 이런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고, 외면할 수도 없다. 물론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정치지형과 국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프랑스 대선 결과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이념적 폐쇄주의를 거부한 것이나 30대 젊은 지도자를 선택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민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이는 진보나 보수에 의한 일방적 정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과연 기성 정치권은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응답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과 같은 극단적 대결국면과 편가르기가 지속되면 우리 정치권도 국민들의 냉혹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