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막판에 불거진 ‘PK는 패륜 집단’ 발언 파문

입력 2017-05-08 17:21 수정 2017-05-08 21:05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문용식 전 가짜뉴스대책단장이 페이스북에 “PK(부산·경남) 바닥 민심은 패륜 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고 적었다. 또 “(문 후보가) 호남에선 ‘부산 대통령’이라고 두드려 맞고 영남에선 ‘전라도 편’이라고 까인다”고 평했다. 논란이 일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장인 영감탱이’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패권 후보’라고 수정했다가 결국 사임했다. 과거 대선처럼 선거 막판 지역감정을 조장해 표를 얻으려는 악습이 재연된 것이다. 일단 말을 뱉은 뒤 와전됐다며 슬쩍 바꾸는 행태 또한 과거 판박이다.

문 전 단장은 지난 3월에도 “우리는 한 놈만 팬다. 걸리면 죽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최근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설화로 줄줄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이들의 발언에는 지지자가 아니면 모두 적폐 세력이라는 위험한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한마디로 청산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러다간 절반 이상의 국민이 청산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이번 대선에는 분열을 끝내고 통합으로 나아가라는 국민의 요구가 주어져 있다. 또 새 정부는 대선 이후 다른 정당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 후보 측은 막말 정치로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고 다른 정당과 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문 후보의 통합 발언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주변 인사들의 발언에 품위가 있어야 한다. 주변 인사들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게 우선이다. 차기 대통령은 자신의 진영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문 후보는 다시 한번 되새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