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한 상가교회 집사가 들뜬 마음으로 건축사에게 전화를 했다. 건축사 블로그를 보고 연락한 것이다. 통상 새 성전 건축 시 목사와 사모, 장로 등이 건축설계를 의뢰하기 마련인데 예외적인 경우였다. 수원 예수마음전원교회 집사였다.
이 교회는 5년 전 목회자 부부가 복음화에 대한 열정으로 상가 건물에서 시작됐다. 말씀은 뜨거웠으나 음식점 등이 입점한 상가 건물이라 좀처럼 사람들이 교회로 모이지 않았다. 목회자 부부는 그럼에도 '오직 기도와 전도'에 매달렸다. 열매가 맺혔다. 80여명의 교인이 모였다. 거의 대부분이 초신자였다. 교회 측은 교인 수용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전원 분위기의 대지 990㎡을 매입, 건평 430㎡ 규모의 성전을 짓기로 했다.
“상가 목회를 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요란한 예배당을 원하시는 게 아니었어요. 마을과 어울리는 소박한 교회 건축이면 된다고 하셨죠. 건축가로서 정말 고민이 되더군요.”
작은 교회 건축 전문가 한창식(47·부천 열방위에서는교회) 건축사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는 작은 교회 설계에 뛰어난 건축가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졸업 후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 등에서 활동했다. 아내 장은아(44·전도사)씨 또한 신앙 안에서 만난 사역자였다. 부부는 ‘일 안에서 하나님’을 찾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일’을 찾았다. 그리고 주어진 달란트를 작은 교회들을 위해 값지게 쓰기로 한 것이다.
“이야기를 교회 건축에 담으려고 합니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그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 상징화하는 거죠. 건축가면 누구나 의미를 새기려 하겠지만 교회건축에선 그 의미라는 단어가 남다르다고 봅니다. 새벽기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수마음전원교회 건축의 경우 ‘빛’을 담았다. 지상면적이 제한돼 있어 지하 예배공간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빛을 끌어드려 선큰(sunken) 공간을 확보한 것. 이에 따라 지하공간은 야외 예배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자모실에도 빛을 끌어드리는 구성으로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작은 교회 건축은 건축가에게 숱한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일이다. 교회 재정이 충분치 않고 목회자가 주도하는 건축이라 마찰의 소지가 많다.
“최소의 공사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건 건축가 몫입니다. 따라서 어려운 재정을 극복하고 훌륭한 교회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주가 교회를 위하는 시공사 선정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정말 시공사를 잘 찾아내야죠. 일반 건축물과 출발 자체가 다르니까요.”
그의 첫 작은 교회 건축설계는 경기도 파주 성동교회였다. 일명 자유로 ‘프로방스 카페’ 지역의 농촌교회인 셈인데 카페를 찾는 도시인의 시선과 교인의 실용성을 맞춰야 했다. 성동교회는 아주 ‘모던’하다.
현대 건축에선 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수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은 교회는 월 10만원 이상 관리비가 들어가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주저한다. 그는 미학적 곡선의 경사로가 십자가를 향해 닿는 식으로 성동교회 엘리베이터 문제를 해결했다.
“작은 교회의 또 하나 필수요소는 바닥 보일러입니다. 교인의 고령화로 소그룹실에 전기 패널을 활용한 보일러 기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겉만 세련됐다고 예배당이 완성된 건 아닙니다.”
그는 전남 완도의 미자립 교회 등 달란트 기부가 필요한 곳이면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달려간다. 아내와 결혼 전 하나님 앞에서의 약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교회와 공간] “교회마다 가진 이야기를 성전 모습에 형상화”
입력 2017-05-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