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도 늘 마음은 청년이라고 되뇌어 보지만,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는 몸의 변화까지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한 예로 30∼40대에 들어서면 조금만 방심해도 뱃살이 불어나 배가 불룩해지기 십상이다. 50∼60대 이후부터는 노화 현상으로 피부에 잔주름이 늘고 탄력을 잃는다.
나이가 들면 이렇듯 배가 나오고 피부주름만 느는 게 아니다. 항문의 치핵정맥총이라는 쿠션 조직도 부풀어 오르며 늘어지기 쉽다. 속칭 치질로 불리는 치핵은 바로 이렇게 부푼 항문쿠션조직을 가리키는 의학용어다.
치핵이 점점 커져 부풀어 오르면 배변 시 피가 묻어 나오거나 몇 방울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 쯤 되면 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또는 직장이나 항문에 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도 할 겸 항문질환 전문병원을 찾아 직장항문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핵의 크기가 아주 크지 않을 경우엔 따뜻한 물로 온수좌욕을 하고 약물치료와 좌약 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배변 시 항문 밖으로 밀려나온 치핵이 배변 후 곧바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커졌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항문 점막이 바깥으로 밀려나와 있게 되면 축축한 점액으로 인한 불쾌감뿐만 아니라 배변 후 잔변감으로 화장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쉽다. 배변 시간은 되도록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치핵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치핵 수술은 당일 퇴원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입원하더라도 대부분 하루이틀 정도면 충분하다. 주의할 것은 치핵을 깨끗이 제거하려다 항문조직을 과도하게 절제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고 눈이 안 감길 정도로 피부를 잡아당기면 안 되듯이 항문의 치핵수술도 항문의 본래기능에 지장을 줄 만큼 조직을 너무 많이 잘라내면 안 된다.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치핵수술 역시 다양한 기구와 장비가 개발돼 상처를 최소화하고 통증은 덜고 회복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어떤 방법이든 각각 장·단점이 있다. 치핵의 조기 완치를 바란다면 다양한 모양에 따라 최적의 도구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이선호 구원창문외과 원장, 삽화=전진이 기자
[헬스 파일] 항문쿠션조직 붓는 병 ‘치핵’
입력 2017-05-0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