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도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는 등 국가재난 시스템이 또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6일 오후 3시27분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건조한 날씨와 초속 20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민가까지 덮쳤다. 그러런데도 국민안전처는 강릉지역 주민들에게 산불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건조경보가 발령된 강원도 고성과 양양·속초·삼척·동해 등에 이날 오후 4시4분쯤 화재 주의를 상기시키는 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이 전부였다.
성산면 관음리 이모(67)씨는 “아들 내외와 함께 집에 있다가 밖을 보니 뿌예서 황사인 줄 알았는데 나가보니 산등성이에서 불이 마을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며 “상황이 급박한데도 문자메시지는커녕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아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강원도나 강릉시 등은 산불 발생을 인지하고도 안전처에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시 관계자는 “직접 상황을 전파하는 것이 빠를 것으로 판단해 엠프차량, 마을 방송, 공중파 자막, 이장 등을 이용해 가가호호 방문하며 상황을 전파했다”고 밝혔다.
춘천=서승진 기자
국가재난시스템 또 허점… 안전처, 대형 산불에도 주민에 문자발송 안해
입력 2017-05-07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