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장미대선 승리 ‘족보’는… 어게인, 2007 대선? 1992 대선? 2016 총선?

입력 2017-05-08 05:01

19대 대선은 기존 선거 구도와 공식이 상당히 뒤엉켜 있다. 초유의 탄핵 대선으로 지역색은 옅어졌고 구 야권은 분열 속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세대, 이념 등 일부 지점에선 과거의 대결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의 선거 승리 ‘족보’ 중 어떤 전략이 먹혀들지 가늠하기 어렵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2007년 17대 대선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992년 14대 대선을 승리 공식으로 내걸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의 영광 재연을 꿈꾸고 있다.

17대 대선은 대세론이 먹혀든 선거였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48.67%를 득표해 2위 정동영 후보(26.14%)를 22% 포인트 이상 누르고 여유 있게 당선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홍 후보나 안 후보와 벌렸던 격차만큼이다. 선거 막바지 후보별로 지지층이 뭉쳤지만 구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선거 초반 ‘압도적 1강 구도’가 끝까지 유지되면서 투표 열기를 떨어뜨려 싱거운 선거가 된 셈이다.

다만 문 후보 측 관계자는 7일 “17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바닥 상태였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지지층이 결집해 상당한 표를 얻었다”며 “이번에 바닥의 보수표가 뭉치면 다시 ‘1여 다야’ 구도가 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대선 11일 전 지지율이 15.7%에 그쳤지만 선거 때 득표율은 26.14%로 10.44% 포인트 더 얻었다. 문 후보 측으로선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14대 대선은 다자 구도 속에서 ‘보수 결집의 힘’이 나타난 선거였다. 대선 11일 전 여론조사에서 김영삼(YS) 후보와 김대중(DJ) 후보는 각각 25.1%, 23.1%를 얻어 오차범위 내 경쟁을 했고 정주영 후보도 9.7%로 선전했다. 그러나 실전에선 보수층 몰표를 받은 YS가 41.96%를 얻어 33.82%를 득표한 DJ를 8.14% 포인트 차로 이겼다.

홍 후보 측은 현재 문 후보가 35∼40% 지지율 박스권에 묶여 있고, 최근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 후보의 젊은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대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홍 후보가 최근 안 후보를 공격하며 보수 표심 되찾기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0대 총선은 우리 정치에서 ‘제3 세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 여론이 고조되며 국민의당은 창당 2개월여 만에 전국 득표율 26.74%를 얻는 대약진을 이뤄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고, 최근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로 탄핵 반대세력 부활 가능성에 대한 역풍도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 체제의 폐해를 부각해 중도층과 부동층 표심을 얻는다면 ‘제2의 안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