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魔가 할퀴고 황사에 숨막힌 한반도

입력 2017-05-05 05:00
황금연휴 끝자락인 6~7일 강원도 강릉과 속초, 경북 상주 등을 덮친 산불로 민가 30채와 산림 170ha 등이 타고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7일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에서 한 주민이 전날 발생한 불로 전소돼 무너진 집에서 그을린 가재도구를 들춰보며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사진=김지훈 기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산과 들이 화약고처럼 변하고 있다. 지난 주말 강원도 강릉·삼척·속초, 경북 상주·문경 등지에서 축구장 넓이 240배(170㏊)가 넘는 숲을 태운 산불 19건은 건조한 대기에 초속 15∼20m의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봄이 되면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양간지풍(襄杆之風)도 불길을 키웠다.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는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전국에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된다. 연휴 마지막 날을 뒤덮은 미세먼지도 비가 올 때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7일 “서울 등 중부지방과 경북 일부 지역에 건조주의보를 내렸다”고 밝혔다.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산불이 난 강릉 및 삼척 등 강원도와 경북 문경에는 이틀 이상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예상돼 건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철 남고북저 기압의 영향을 받아 서풍이 불면서 한반도가 건조해졌다”고 말했다.

비가 오기 전까지는 미세먼지도 극성을 부릴 전망이다. 이날 미세먼지는 서울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미세먼지 농도 81∼150㎍/㎥) 수준을, 광주와 전북 등 지역에선 ‘매우 나쁨’(151㎍/㎥ 이상) 수준을 보였다. 경북과 전남에는 올해 첫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경기도와 부산 등에선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5일 밤부터 몽골과 중국 등에서 불어온 황사가 전국에 들어서면서 미세먼지 수준이 치솟았다. 황사도 미세먼지의 한 종류다.

9일 전국에 비가 내리면 건조하고 탁했던 날씨가 다소 풀릴 예정이다. 기상청은 “비는 8일 전남 해안과 제주도에서 시작돼 9일 새벽 전라도, 오후 전국으로 확대되며 미세먼지를 씻어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비가 20㎜ 이상 충분히 오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단이 바뀌는 6월이 돼야 미세먼지는 안정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6월이 되면 미세먼지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1주일에 한두 번꼴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오주환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