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에서 사이드암, 언더핸드 유형의 잠수함 투수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오버핸드로 던지는 정통파 투수들에 비해 구속은 떨어지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타자들을 요리하며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임기영(KIA 타이거즈)과 고영표(kt 위즈)는 올 시즌 소속팀 선발 자리를 꿰차며 잠수함 투수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눈도장을 찍었다.
고영표는 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팀의 10대 0 완승을 이끌며 시즌 3승을 올렸다. 또 지난달 29일 LG 트윈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둔데 이어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가다듬고 제구력을 끌어올린 게 상승세의 주된 원인이다.
임기영의 시즌 초 활약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지난달 18일 kt전 생애 첫 완봉승, 6일 롯데전 7이닝 무실점 등 벌써 4승(1패)을 신고했다. 평균자책점 1.99로 부문 4위에 랭크됐다. 좌우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로 상대 타자를 무력화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한현희도 7일 SK 와이번스전에 나서 6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날 고영표, 한현희, 우규민(삼성) 등 3명의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로 출격하며 팀내 확고한 입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신재영(넥센)은 시즌 3승,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 중이며 SK 와이번스의 박종훈도 최근 3연승을 장식했다. 시즌 초 부진했던 잠수함계 ‘맏형’ 임창용(KIA)은 6, 7일 이틀 연속 롯데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6일 개인통산 25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잠수함 투수들은 1980∼90년대에 주로 활약 하다 2000년대 이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볼 패턴과 느린 구속이 타자들에게 쉽게 적응됐기 때문이다. 좌타자들이 많아진 것도 잠수함 투수들이 잠수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잠수함 투수들은 싱커,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연마하면서 타자들을 솎아내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제구력을 앞세우는 잠수함 투수들이 올 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혜택을 보고 있는 점도 득세의 이유”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7일 프로야구 전적>
△KIA 5-3 롯데 △kt 10-0 한화
△LG 10-4 두산 △삼성 3-13 NC
△SK 6-6 넥센(연장 12회)
고영표·임기영·신재영·한현희·박종훈… 프로야구 마운드 잠수함이 솟는다
입력 2017-05-0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