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콘心 잡아라… 대선 개표방송, 스타+기술력 총력전

입력 2017-05-09 00:01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2017 대선’의 송해 출연 인포그래픽, MBC ‘선택 2017’의 증강현실(AR) 예시 화면, SBS ‘2017 국민의 선택’의 김성준 앵커(가운데)와 진행자들, 그리고 광화문광장에서 JTBC ‘특집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의 모습. 각 방송사 제공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뜨거운 경쟁이 방송사로 옮겨왔다. 9일 투표가 끝난 오후 8시부터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은 개표방송 대결에 돌입한다. 저마다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한 분석 시스템을 내세우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첨단기술 도입과 시민에 다가가는 방송 형태가 공통적인 특징이다. 유명 스타를 앞세워 시선 끌기에 나선 점도 비슷하다. 출구조사는 지상파 3사가 함께 조직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Korea Election Pool)에서 진행하는데, 각 사는 별도의 당선 예측 시스템을 가동한다. KBS는 ‘디시전K’, MBC는 ‘스페셜M’, SBS는 ‘유.확.당’을 통해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역대 선거 개표방송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KBS는 전 연령층 시청자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방송을 지향한다. 이번 ‘2017 대선’에서도 개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간결한 인포그래픽을 채택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개표 상황과 각 후보 진영의 움직임 등은 LED 디스플레이와 가상현실(VR)로 생생히 전달한다.

스포츠경기에 주로 쓰이는 스파이더캠을 도입해 서울 광화문광장의 전경을 담아낸다. KBS 선거방송기획단 측은 “증강현실(AR)과 스파이더캠을 접목해 마치 광화문에 직접 나와 개표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간판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한 그래픽도 등장한다. 여기에는 MC 송해가 깜짝 출연해 친근감을 높인다.

MBC는 쉽고 재미있고 정확한 선거방송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선택 2017’에서는 선거방송 최초로 혼합현실(MR)을 도입했다. LED 화면 안팎의 데이터를 정확한 타이밍에 연동시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이다. 로봇팔에 스크린을 얹은 6대의 로보M도 동원해 실시간 개표 정보를 한층 다채롭게 보여줄 계획이다.

후보들과 똑 닮은 3D 아바타가 눈길을 끈다. 100여대의 DSLR 카메라로 촬영된 후보들의 모습을 3D 모델링 데이터로 생성한 것이다. MC로는 개그맨 서경석이 투입됐다. 전문 패널들이 내놓는 선거 분석 결과를 재치 있게 풀이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MBC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대형 선거상황판으로 활용해 건물 외벽에 투·개표 상황을 실시간 게시할 방침이다.

대선 직전 세월호 관련 오보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SBS는 재기발랄한 선거방송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2012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그래픽 표출 시스템 바이폰(VIPON·Vote Information Processing Online Network)을 이번 ‘2017 국민의 선택’에서도 적극 활용한다.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수십 종의 그래픽 콘텐츠를 준비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겠다고 자신했다.

SBS는 젊은 층 공략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페이스북과 단독 제휴를 맺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SNS 사용자들이 연령 지역 성별 등에 따라 대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각종 공연도 마련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토크쇼 ‘정봉주의 광장톡’(오후 4시∼)와 양희은의 광장 콘서트 ‘꽃길’(오후 7시20분∼)을 개최한다.

JTBC는 손석희 앵커가 전면에 나서 선거방송을 진두지휘한다. 광화문 광장에 특설된 ‘열린 스튜디오’에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3부에 걸쳐 ‘특집 뉴스룸’을 진행한다.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특별한 패널들이 함께한다. 유시민 작가가 방송 내내 자리를 지키고, 배우 윤여정은 1부에 출연해 ‘까칠한 유권자’의 폭넓은 시각을 전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