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對美 무역흑자 25% 감소… 트럼프 쇼크?

입력 2017-05-08 05:00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과 교역하면서 흑자를 많이 거두는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많이 감소했다. 막대한 무역적자를 근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또는 폐기’를 압박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상품무역수지 적자가 1772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1652억 달러)보다 7.3%(120억 달러) 늘었다고 7일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 1위는 중국(788억4900만 달러)이었다. 일본(173억8500만 달러), 멕시코(167억4300만 달러), 독일(145억73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61억36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두며 8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81억3300만 달러)와 비교하면 24.6%나 줄어든 규모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보인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1분기에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6위였다. 이 기간에 중국(788억5000만 달러)과 일본(173억8000만 달러)의 무역흑자는 되레 늘었다. 멕시코, 아일랜드 등도 흑자폭이 증가했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번 무역수지 통계를 근거로 “멕시코와 일본의 미국을 상대로 하는 무역흑자가 감내하기 어렵게 증가했다”며 무역 관계의 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전했다. 흑자폭이 크게 줄어든 우리나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한·미 FTA를 비난하는 근거는 무역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만 돈을 벌었다고 본다. 그는 지난달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지목하면서 ‘재협상’과 ‘종료’를 언급했다. 이어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각 무역협정이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는지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을 준다고 설득해 왔지만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자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셰일가스를 대거 수입하는 등 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미 상무부의 무역수지 통계가 한·미 FTA에 악영향을 줄 수도,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본다. 산업연구원 문종철 부연구위원은 “1분기 수치만으로 낙관하기 이르지만 재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소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미국이 ‘진정한 효과’라는 근거로 상무부 무역수지 통계를 내세우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