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역대 행정부의 사례까지 조목조목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미국은 우리 천만군민의 불굴의 의지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개인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지 않다고 규정했다. 신문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공언하면서도 대조선 정책 내용을 보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며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상표가 다르고 지속성과 무모성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쥐어짜면 ‘전략적 조급’ 정책이 된다”고 비꼬았다.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도 도마에 올렸다. 신문은 “우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당장 무슨 일을 칠 것처럼 으르렁거렸다”며 “결과는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밀어놓고 패배의 고배를 마시며 정치무대에서 퇴장한 것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4월 위기설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허장성세는 패배로 끝났다”며 “5월 전쟁설을 열심히 불어댄다고 해도 곧이들을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놨지만 정책에 대한 구체적 평가는 자제했다. 하지만 5일 만에 나온 논평에선 트럼프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과 조목조목 비교해가며 정책을 깎아내렸다. 조선중앙통신도 “미국이 대조선 제재와 핵 위협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조선의 막강한 핵 공격력을 날로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는 중국까지 나서서 고강도 압박에 동참했음에도 북한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외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 관영 매체끼리 ‘말 폭탄’을 주고받는 것과 관련한 내부 동요 방지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7일에는 1면에 4개의 개인 논평을 잇달아 싣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테러 시도’를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5일 ‘한·미 정보기관이 김 위원장에 대한 테러를 시도했다’는 국가보위성 성명 발표 이후 적개심을 부추겨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북한 보도를 보면 중국까지 가세한 압박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北 “트럼프 對北정책 오바마와 상표만 다르다” 조롱
입력 2017-05-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