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은 행정수도 이전, 경제민주화 등 역대 대선 판을 뒤흔든 대형 정책 이슈가 사라진 게 특징이다. 야권 주도의 대선 흐름 속에 보수층 표심이 갈 곳을 잃고 떠돌면서 전통적인 진보·보수진영 간 대결이 아니라 5당 다자 구도로 치러지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호남과 대구·경북(TK) 지역의 특정 후보 몰표 현상이 깨질지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TV토론 이후 상승세인 진보정당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달성할지, ‘개혁 보수’를 내세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선전 여부도 관심사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는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사이에서 표심이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광주(92.0%), 전남(89.3%), 전북(86.3%) 등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에 ‘표 쏠림’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정권교체라는 점, 호남에 퍼져 있는 ‘반문(반문재인) 정서’ 때문이다. 다만 선거 막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통해 한쪽으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TK는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80%의 표를 몰아주며 당선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대표적인 부동층으로 남아 있다. 대구는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22.2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영남 보수층의 정치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며 “홍 후보가 TK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대선에서 여야 득표율이 각각 6대 4로 나뉘었던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야권 후보(문재인·안철수)의 합산 득표율이 보수 후보를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진보 진영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이 실제 표로 확인될지도 관심사다. 역대 선거에서는 고령층 유권자 증가와 높은 투표율, 중도·보수층 결집 등으로 늘 보수 진영이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로 진보 진영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독주 체제를 굳힌 문 후보의 과반 득표 여부도 관심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과반 득표로 당선된 것은 2012년 박근혜 후보(51.6%)뿐이었다.
TV토론을 통해 상승세를 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사표 방지론’을 뚫고 10% 득표율을 달성할 경우 진보정당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하지만 심 후보에게는 막판 보수층 결집이 최대 악재로 거론된다. 정권교체를 위해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밴드왜건’ 효과가 가속화하면 호남에서 지지표가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후보가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 등 각종 악재를 딛고 보수의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지도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대형 정책이슈 사라진 대선, 관전 포인트는…
입력 2017-05-08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