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에 권리 고지 시행 2년… 2800여명 290억 지원받아

입력 2017-05-07 17:33
파출부 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A씨는 몇 년 전 자신이 간병하던 B씨가 휘두른 칼에 한쪽 눈이 찔려 영구 실명했다.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잦던 B씨를 돌보다 벌어진 일이었다. A씨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B씨가 치료비를 전혀 배상하지 않아 생계도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사건 내용을 전해들은 검찰은 A씨에게 연락해 7개월간 15회에 걸쳐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형사절차상 피해자의 권리 등을 안내했다. 2015년 4월 16일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과 함께 ‘범죄 피해자에 대한 권리 고지’(범죄피해자 미란다 원칙)가 의무화됨에 따른 조치였다.

검찰은 A씨에게 생계비 150만원, 치료비 230만원, 장해구조금 95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B씨를 상대로 치료비에 대한 임의변제를 촉구해 치료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받았다. A씨는 “피해를 당하고도 법을 몰라 앞이 캄캄하기만 했는데 희망이 생겼다”며 검찰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지난 2년간 범죄피해자 미란다 원칙을 시행한 결과 A씨와 같은 범죄피해자 및 유족 2800여명이 약 29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범죄피해자들은 적절한 보상이나 도움을 받지 못해 이중 고통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피해자 구제제도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피해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검찰에 따르면 범죄로 인해 사망·장해·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유족은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할 경우 국가에서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 치료비 생계비 장례비 학자금 등 경제적 지원도 있다. 범죄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가의 도움도 제공된다.

이밖에도 검찰은 범죄피해자에게 관련 사건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2년간 26만170명에게 사건 처분 결과 등 정보 67만2700여건을 제공했다. 출소 날짜 등 가해자의 형 집행 상황 1만7069건도 피해자에게 알렸다. 2013년 강도상해를 당한 C씨는 “올 4월 가해자가 석방된다”는 검찰 통보를 받고 가해자 석방 전 주거지를 옮길 수 있었다. 검찰은 C씨에게 이사비 100만원을 지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