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조사를 방해한 현대제철에 과태료 3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 방해로 부과한 과태료 가운데 삼성전자(4억원), CJ제일제당(3억4000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액수다.
하지만 과태료 외에 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에서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현대제철이 고의적으로 조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법인에 2억5000만원, 해당 직원에 6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현대제철의 담합 혐의를 포착,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현장조사를 나갔다. 1차 조사에서 현대제철 직원 2명은 사내 이메일과 전자파일 등 전산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했다. 2차 조사에서 공정위는 현대제철 직원 11명이 외부저장장치(USB)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공정위는 해당 직원들을 통솔하는 임원에게 재차 협조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대기업의 공정위 조사 방해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반면 공정위 조사 방식은 대상자 동의·협조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임의조사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오는 7월부터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징역형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공정위 권한 강화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때 추진하다 무산된 강제조사권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강제조사권을 제시한 후보는 없다. 다만 공정위에 대기업조사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에서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민주당 제윤경 의원 등 10명은 담합 행위에 한해 압수수색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담합 사건의 경우 미국은 법무부가 직접 조사한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공정거래 당국에 압수수색 권한을 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기업은 담합 조사를 거부·방해할 이유가 충분하다”면서 “담합에 한해 반드시 검찰에 고발하는 의무고발제와 조사 실효성을 높일 강제조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담합 조사 방해 현대제철에 과태료 3억1200만원 부과
입력 2017-05-07 17:55 수정 2017-05-07 21:39